양궁 여자 리커브 대표팀의 맏언니 주현정(32, 현대모비스)의 희생이 금빛으로 빛났다.
정다소미(24, 현대백화점), 장혜진(27, LH), 이특영(25, 광주시청)이 출전한 한국은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에 세트 스코어 6-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 단체전에 걸린 4개의 금메달 중 2개를 따냈다.
이번 대회에 신설된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의 단체전 우승은 당연히 처음이었지만, 전통적으로 양궁에 강했던 한국의 여자 리커브 대표팀의 단체전 정상은 익숙한 일이다. 한국은 여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1998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영광의 이면에는 아름다운 희생이 있었다. 주현정은 당초 3위로 단체전 출전이 가능했던 상황.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고생하던 주현정은 팀을 위해 이특영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개인보다 팀을 생각한 주현정의 어려운 결단으로 이특영은 천금같은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대신 출전한 이특영은 주현정의 몫을 확실히 해냈다. 한국의 2번째 사수로 나선 이특영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앞장섰다. 주현정의 자리에 들어간 이후 늘 “언니 몫까지 하겠다”고 했던 이특영은 단체전 금메달로 약속을 지켰다.
경기가 끝난 뒤 주현정은 후배들의 경기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보였다.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금메달을 딴 것 처럼 기쁘다”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나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고 덧붙여 다른 선수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금메달의 주역 장혜진이 이야기한 주현정의 꿈은 그의 희생을 더욱 빛나게 했다. 경기에 출전하기 전 주현정이 해준 조언이 있냐는 물음에 장혜진은 “언니가 꿈을 잘 꿨으니 믿고 쏘라고 했다”며 웃었다. 그리고 장혜진은 곧바로 옆에 있던 주현정에게 어떤 꿈이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주현정이 답했다. “예선이 끝나고 꿈을 꿨는데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것 같았다. 방에 들어와 생각하다가 자면서 꿈을 꿨는데, 방에 들어와 얘기하는 꿈이었다. 내가 선수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이불 밑에서 금메달을 꺼내주는 꿈이었다. 사실 꿈 때문이 아니라 선수들 컨디션이 좋아서 실력으로 금을 딴 것 같다”는 것이 주현정의 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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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