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꿈이 현실과 반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지몽’이라는 말도 있듯 꿈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말해주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여자 양궁 선수들이 꾼 꿈은 모두 길몽이었다.
지난 27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펼쳐진 여자 컴파운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최보민(30, 청주시청)은 2관왕을 거뒀다.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최보민은 부상으로 인해 리커브에서 전향하면서 겪은 아픔, 그리고 지난해 신현종 감독을 잃은 상처를 모두 씻어냈다.
2관왕을 확정지은 뒤 최보민은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천에 오기 전에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꿈을 꿨다. 날짜가 9월 27일이었는데,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하더니 값진 금메달을 따게 됐다”며 최보민은 기분 좋은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을 기뻐했다.

금메달이 꿈 덕분인 것 같다고 했지만, 역시 노력해서 얻은 성과라 더욱 가치 있었다. 최보민은 "열심히 해서 결실을 맺은 것이라 좋다. 로또 1등이 되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좋지는 않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꿈과 현실 모두 달콤했다.
여자 리커브의 맏언니인 주현정(32, 현대모비스)의 꿈은 자신이 아닌 후배들의 금메달이 됐다. 비록 어깨 부상으로 인해 스스로 단체전 출전권을 내려놓았지만, 자신 대신 들어간 이특영(25, 광주시청)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해 주현정의 바람은 이뤄졌다.
단체전 우승이 결정된 뒤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장혜진(27, LH)은 주현정이 특별한 조언을 해준 것이 있는지 묻자 “언니가 꿈을 잘 꿨으니 믿고 쏘라고 했다”며 웃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주현정에게 “이제 무슨 꿈인지 알려달라”며 재촉했다.
주현정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아직 얘기하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 함께 이야기하는 꿈이었는데, 내가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이불 밑에서 금메달을 꺼내서 줬다”는 것이 주현정의 설명. 주현정은 이어 “컨디션이 좋아서 꿈 보다는 실력으로 금메달을 딴 것 같다”고 전하며 눈물을 지어 보였다. 후배들의 경기에 감동한 것이었다.
이 꿈은 단체전뿐만 아니라 개인전에서도 유효했다. 개인전 준결승에 출전한 장혜진과 정다소미(24, 현대백화점)는 모두 결승에 올랐고, 한국은 리커브 개인전에서도 컴파운드 개인전과 같이 금메달과 은메달 하나씩을 추가했다. 한국은 여자 리커브와 컴파운드에 놓인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2개의 길몽이 각각 2개씩의 금메달을 한국에 안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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