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농구] 필리핀 팬들은 왜 한국을 응원했을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9.28 18: 00

“한국 응원하려고 했는데...”
필리핀 남자농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H조 8강 결선 3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67-65로 꺾었다. 하지만 8강 결선에서 최종 1승 2패를 거둔 필리핀은 골득실에서 가장 밀려 탈락이 확정됐다.   
경기가 열린 화성종합경기타운은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한 외진 곳에 있다. 하지만 필리핀 팬들의 엄청난 열정 앞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수 천 명의 필리핀 팬들은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필리핀 유니폼이나 NBA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많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임에도 경기장 분위기는 마치 필리핀 홈경기 같았다. 필리핀 팬들은 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Gilas(용맹하게 싸워라)’를 연호했다. 심판이 필리핀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판정을 내리면 천정이 내려앉을 것 같은 야유가 쏟아졌다. 필리핀은 후반전 16점 차 이상으로 앞서나가자 팬들은 흥겨운 축제 분위기가 됐다.
승리를 확신한 필리핀 팬들은 저녁 7시 45분에 펼쳐지는 한국 대 카타르전 결과를 직접 눈으로 볼 계획이었다. 이 경기서 한국이 반드시 이겨줘야 필리핀은 4강행 희망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필리핀 농구팬인 마이클(39) 씨는 “필리핀에게 어떠한 희망이라도 남아있다면 끝까지 관전을 하겠다. 오늘만큼은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며 4강 진출을 희망했다. 하지만 필리핀은 4쿼터 막판 11점까지 이기던 점수를 다 까먹어 탈락이 확정됐다.
경기 후 실망한 수 천 명의 필리핀 팬들은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 여자대표팀과 남자대표팀의 경기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경기장은 썰렁함을 면치 못했다. 적어도 농구에 대한 열정과 응원에서는 필리핀이 챔피언이었다.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