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병역에 집중' 대표팀, 반면교사 삼아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28 21: 52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의 참사가 재현될 뻔했다. 상대팀들이 최정예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 그리고 안방에서도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망신을 당할 뻔했다. 경험 부족, 그리고 컨디션 저하가 도드라진 가운데 결국 병역 면제를 지나치게 의식한 선수 선발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대만과의 야구 결승전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6-3으로 가까스로 승리, 2회 대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0-1로 뒤진 5회 2점을 따내며 역전에 성공했으나 6회 곧바로 2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한 대표팀은 8회 타선이 응집력을 과시하며 6-3으로 이겼다.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했던 대회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대만도 최정예 선수들을 구성하지 못했다. 외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기껏해 봐야 루키 레벨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이었다. 프로 올스타를 구성한 한국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승전이 조금 꼬였다. 선수단 나름대로야 최선을 다했고 가장 중요한 '승리'를 쟁취했으나 기대만큼의 경기력은 아니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결국 큰 경기에 대처하는 선수들의 대처가 부족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선취점을 내준 이후 선수들은 지나치게 굳어 있었다. 특히 야수들이 그랬다. 대만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한 한 가지 이유가 됐다. 2-3으로 역전 당한 이후에는 더 위축됐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을 다독거릴 베테랑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긴장감은 높아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홈 경기장은 오히려 부담이 됐다.
큰 경기에 강한 선수들, 이른바 ‘해결사’도 없었다. 소속팀에서는 모두 한가닥하는 해결사지만 국제 대회에서 이런 중압감을 이겨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8회 들어 대표팀 경력이 가장 풍부한 김현수가 안타를 치며 기회를 이어간 끝에 천관위를 강판시킨 것은 이를 역설적으로 꼬집는 것이었디. 결국 전력 분석, 컨디션 관리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선수 선발에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이는 병역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올해 시작부터 아시안게임 명단에 합류할 선수가 누구일지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선발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각 팀마다 병역 면제자를 고루 배분하기 위해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한다는 원칙에 흠이 갔다”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모두가 대표팀에 오를 만한 자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었던 선수들이 몇몇 빠진 데다 대표팀의 구심점이 될 만한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이번 대표팀의 주장은 첫 태극마크를 다는 박병호였다. 위기 때 선수들을 다독일 수 있었던 30대 베테랑들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병역 면제’가 대명제가 되어버린 듯한 대표팀 명단은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북적였다.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향후 대회부터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반면교사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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