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한국, 대만 ‘허허실실’ 전략에 진땀 금메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9.28 21: 52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았고, 약한 팀으로 보였지만 강했다.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따내기는 했지만, 안방이 초상집이 될 뻔 했던 가슴 철렁한 순간들이 많았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결정전인 대만과의 경기에서 선취점을 내주는 등 유리한 경기를 하지 못했으나 8회초 4득점하며 6-3으로 역전승했다. 통한의 패배 위기를 극복한 한국은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별예선 때와는 180도 달라진 대만이었다. 조별예선에서 맞대결을 펼쳤을 때만 해도 대만은 공수 모두 엉성한 팀이었다. 타자들은 당시 한국 선발이던 양현종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했고, 야수들은 어설픈 수비를 펼쳐 투수들을 당황케 했다. 한국은 10-0으로 8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한국은 초반부터 수비 실책이 곁들여지며 무너진 대만을 경계하지 않았다. 1~2회에만 9득점을 하며 대만을 몰아붙인 한국은 3회부터 7회까지는 1점도 추가하지 못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4⅓이닝 무실점했던 좌완 천관위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날 다시 만난 대만은 달랐다. 작심한 듯 대만은 느슨한 플레이 하나 없이 한국을 조였다. 특히 3루수 린한의 여러차례 그림같은 수비로 한국 타자들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냈다. 금메달 결정전을 위해 지난 24일 있었던 조별예선 경기는 처음부터 버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전략에서도 실패가 있었다. 결승전 선발부터 류중일 감독의 예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류 감독은 대만이 이날 경기에 장샤오칭이나 좌완 선발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만이 낸 선발은 젊은 우완투수 궈진린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할 정도로 뜻밖의 선발투수였다.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상관없다.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 타선은 1회초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고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궈진린은 위기 속에서도 4⅔이닝 4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준수한 피칭을 했다. 92년생 풋내기 투수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2-1로 앞서던 6회말 김광현이 2실점하고 강판당한 한국은 끌려가다 8회초에 4점을 뽑아 승부를 뒤집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약속의 8회’가 응답했지만, 승리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덮어두기는 어렵다.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 것은 언제는 패배로 귀결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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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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