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야구의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격 머신’ 김현수(26)가 천금의 안타를 터뜨리며 또 한 번 ‘8회의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만과 결승전서 6-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5전 5승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참사를 완전히 지웠다.
공식 MVP는 없으나, 모든 경기에서 김현수가 가장 빛났다. 대표팀 4할 타자의 진면목을 그대로 발휘, 절정의 타격감을 앞세워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157km 강속구부터, 92km 느린공까지 가리지 않고 안타로 연결시켰다.

특히 결승전 8회초 우전안타는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였다. 2-3으로 뒤지고 있었던 한국은 8회초 선두타자 민병헌의 좌전안타에 이어 김현수가 우전안타를 날려 1사 1, 3루를 만들었다. 한국 타선은 천관위에게 꿀 먹은 병아리처럼 침묵했으나 김현수의 한 방으로 천관위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천관위가 완벽에 가까운 몸쪽공을 던졌는데, 김현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공을 우익수 앞으로 날렸다. 결국 한국은 강정호의 몸에 맞는 볼과 나성범의 2루 땅볼, 황재균의 적시타로 4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타구의 종류만 다를 뿐, 지금까지 활약만 놓고 보면 이승엽의 재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은 1998 방콕아시안 게임부터 2013 WBC까지 15년 동안 대표팀 중심타선에서 수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특히 8회 한국에 승리를 가져오는 한 방을 터뜨리며 국민들에게 감독의 눈물을 선사했다. 타격감이 안 좋아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이승엽이 해냈다.
이승엽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지금, 김현수가 이승엽이 해냈던 것을 그대로 재현 중이다. 아직 홈런은 없으나, 이승엽보다 꾸준하게 안타를 터뜨린다. 무엇보다 투수를 가리지 않는 타격으로 단기전에서도 기복이 없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승엽 시대를 넘어, 김현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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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