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마침내 국제대회 악몽을 끊었다. 천신만고 끝에 대만을 꺾고 5전 5승 승률 100%를 달성했다. 대만에 밀려 예선 탈락했던 2013 WBC의 아픈 기억을 극복했다.
류 감독 입장에선 그야말로 십년감수다. 한국은 예선 3경기를 모두 콜드게임으로 장식, 금메달까지 쾌속 질주할 것 같았으나 준결승부터 주춤했다. 첫 이닝 순항했던 선발투수 이재학이 2실점으로 동점을 내줬고, 타선도 이전처럼 마음대로 장타가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박병호의 도루로 중국 배터리를 흔들었고, 순식간에 흐름을 잡아 결승에 진출했다.
대만과 결승전은 혈투 그 자체였다. 한국은 타선이 대만 선발투수 궈지린과 천관위에게 고전했고, 투구 교체 타이밍이 어긋나며 7회까지 2-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민병헌의 좌전안타와 김현수의 우전안타로 1사 1, 3루 찬스가 만들어졌고, 1사 만루에서 강정호의 몸에 맞는 볼로 3-3 동점이 됐다. 이후 한국은 나성범의 2루 땅볼로 역전했고,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로 6-3,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내용도 그랬지만, 엔트리 구성부터 소집까지 순탄치 않았던 이번 대표팀이었다. 병역 면제를 의식한 엔트리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소집 후에는 100%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이 꽤 있었다. 최정예 멤버를 구축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엔트리 자체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었다. 만일 금메달에 실패했다면, 류 감독에게 이번 아시안 게임은 평생의 한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고, 또 한 번 8회의 기적을 연출했다. 중심 타선을 무리해서 바꾸기보다 그대로 밀고 나간 게 역전으로 이어졌다. 투수 교체는 늦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안지만이 무섭게 타오르던 대만 타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렇게 승자는 한국 선수들과 류중일 감독이 됐다.
이로써 류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최초 통합 3연패와 더불어, 아시아 최정상 금메달까지 달성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감독을 넘어 한국야구 전체를 이끄는 선장으로 우뚝 섰다.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