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가 있을 때 기자들은 어느 한 팀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국가 대항전이라고 해도 한국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을 뿐, 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내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28일 한국과 대만의 2014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결정전이 있었던 인천 문학야구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벌어졌다. 야외 테이블석에 위치한 일부 대만 취재진이 본연의 업무는 뒤로한 채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목격됐다.
경기 초반에 이들의 응원 소리는 극에 달했다. 1회초 한국이 무사 만루를 만들 때는 잠잠했으나, 아웃카운트를 하나씩 쌓은 끝에 실점 없이 1회초가 마무리되자 환호가 멈추지 않았다. 1회말 대만이 선취점을 뽑았을 때는 근처에 있던 관중들보다 소리가 컸다.

미디어에 배정되어 있던 자리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일반 관중들과 같은 방식으로 야구를 즐기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부 대만 취재진은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장면을 담아보기 위해 핸드폰을 가까이 가져가자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예쁘게 찍어달라는 듯 동작도 취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 중에는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켜둔 취재기자도 섞여있었다. 패용하고 있던 AD카드는 이들이 취재기자와 방송 관계자들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부터 본분을 잊은 채 응원에 열중했고, 주변의 대만 관중들과 합세해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8회부터는 눈에 띄게 조용해졌는데, 대만이 4실점해 역전을 당해서였는지 아니면 응원만 하느라 밀린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부 대만 취재진은 취재석에서 흡연까지 했다.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의 취재까지 모두 끝난 후라 관중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황이기는 했지만, 상식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어떤 이유로 생긴 스트레스든 허용된 범위 안에서 풀어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선수나 임원이 그렇듯 기자 방송 관계자들 역시 각국의 얼굴이 될 수 있다. 가령 경기장에서 취재진을 상대해야 하는 자원봉사자나 관계자들에게는 취재진이 하는 행동이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한다.
언급된 일부 대만 취재진은 자신들이 타국까지 와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사로 선수들의 노력을 빛나게 해줘야 할 기자들이 선수들의 땀으로 만든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나쁘게 만들어버리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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