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양궁] ‘기적의 金 5개’ 한국, 최강 지킨 2가지 비결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9.29 06: 15

양궁은 개인전과 단체전이 모두 있는 경기다. 개인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경쟁심은 단체전의 팀워크를 망치기도 한다. 반대로 단체전을 중심으로 팀워크를 다진 팀은 개인전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그 좋은 예다. 목표를 물으면 모든 선수들이 “단체전 우승을 꼭 하고 싶다”고 답했다. 절반이 이뤄졌다. 여자 리커브와 컴파운드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에서도 리커브의 정다소미(24, 현대백화점)와 컴파운드의 최보민(30, 청주시청)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한 남자 리커브의 오진혁(33, 현대제철)은 개인전 금메달로 자존심을 지켰다.
여자 리커브 대표팀의 성공 뒤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 있었다. 3위로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단체전 출전 자격을 얻은 주현정(32, 현대모비스)이 어깨 부상으로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특영(25, 광주시청)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 이특영은 주현정의 몫을 하며 단체전 금메달에 기여했다.

주현정 외에도 선수들은 팀을 우선하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정다소미는 예선을 치르던 기간 중 “누가 나가든 목표는 하나다. 우리 팀끼리 화합을 잘 하면 좋은 성적이 있을 것이다”라며 하모니를 강조했다. 컴파운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거머쥔 석지현(24, 현대모비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단체전이다. 단체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한국 양궁이 강자의 위치를 지킨 첫 번째 비결이었다.
공정하고도 체계적인 대표 선발 방식은 무한경쟁을 불렀다. 이것이 한국 양궁의 두 번째 비밀이다. 이번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단체전과 개인전에 나설 선수를 고르기 위해 사전에 공지한 기준에 따라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남녀 리커브와 컴파운드 개인전에 나설 2명, 그리고 단체전에 출전하는 3명(개인전 출전자 2명 포함)이 결정됐다. 1명은 아쉽게 어떤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구조다.
냉정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무한경쟁을 통해 가장 좋은 선수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팀은 대표 선발전 후 있었던 3번의 국제대회(60% 비중)와 아시안게임 예선(40% 비중)을 통해 최종 출전자를 확정했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쓰기 위해 아시안게임 예선 결과를 40%나 반영했다. 각 국제대회가 20%씩의 비중을 가진 것에 비해 아시안게임 예선은 2배나 중요했다.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경기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남녀 각 종목의 1~4위 모두 혼란 속에 빠졌다. 남녀 리커브와 컴파운드 대표팀을 이끈 장영술 총감독은 “(예선에서) 한 발을 쏠 때마다 경기에 출전할 선수가 실시간으로 변했다. 선수들도 본인이 뛰게 될지, 아닐지를 몰랐다”며 긴박했던 대표 선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기에, 대한양궁협회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규정을 미리 만들어뒀다. 일례로 아시안게임 예선에서 오진혁과 구본찬(21, 안동대)이 1362점으로 동점을 이뤄 공동 2위였던 일이 있었다. 이때 장 감독은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났지만, 만약에 대비해 대표 선발 기준을 수십 페이지에 걸쳐 준비했다. 확인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점수였지만 골드 수가 88개로 구본찬보다 7개 많았던 오진혁이 2위가 됐다.
아시안게임 예선에서는 2위였지만, 지난 3번의 세계대회 성적까지 합산한 순위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확인 결과 총 포인트에서 이승윤(19, 코오롱)과 오진혁은 70점으로 공동 1위였고, 구본찬이 65점을 누적해 3위로 단체전 출전권을 가져갔다.
이승윤과 오진혁이 개인전, 단체전 모두 출전하게 되어 1위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했지만, 만약 2위와 3위 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판단 기준이 없을 경우 논란이 생긴다. 하지만 협회의 선발 규정에는 총 포인트가 같을 경우 아시안게임 예선 성적을 우선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에 따라 같은 포인트였지만 자체 선발 과정에서 이승윤이 1위, 오진혁이 2위에 올랐다.
장 감독은 “옛날 같은 경기방식이라면 8개 종목에서 금메달 8개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어떤 조건에서든 잘 쏘는 선수가 잘 쏘게 되어 있다”며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 변경에 신경 쓰기보다는 어떤 방법으로도 넘을 수 없는 실력을 쌓는 일에 골몰하고 있었다. 공정한 대표 선발 방식과 이를 위한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한국 양궁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양궁의 8개 세부 종목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얻은 한국 양궁은 앞으로도 세계 정상의 위치를 고수하려 하고 있다.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경기방식의 변경,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추격이 거세지만 늘 기대 이상을 보여줬기에 한국 양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그대로다. 한국 양궁이 앞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정상 수성에 나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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