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자기 관리로 40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늘어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다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두 동양인 선수가 남긴 기록이 상징적이다. 스즈키 이치로(41, 뉴욕 양키스)와 구로다 히로키(39, 뉴욕 양키스)가 좋은 모습을 보이며 내년 거취 여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양인 메이저리거의 최선임급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선수는 올 시즌 몇몇 의혹에도 불구하고 건재를 과시했다. 구로다는 양키스의 고장난 선발 마운드를 흔들림 없이 지키며 32경기에서 11승9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다.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다. 백업으로 밀리며 입지가 사정없이 흔들렸던 이치로도 양키스 라인업의 최후 승자가 됐다. 143경기에 나가 102안타를 기록하며 체면을 차렸다.
구로다가 던진 199이닝은 올 시즌 동양인 투수로서는 최다 이닝이다. 구로다보다 훨씬 젊은 동양인 투수들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구로다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LA 다저스 시절부터 MLB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철저한 자기관리가 다시 빛을 발했다. 후보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던 이치로도 기어이 100안타 고지를 점령하며 MLB에서 14년, 일본프로야구를 포함해 21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쳐냈다. 빛나는 업적이다.

미국과 양키스도 두 노장의 투혼에 예의를 갖췄다. 구로다는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26일 볼티모어전에서 한 가지 제의를 받았다. 조 지라디 감독은 이날 8이닝을 소화한 구로다에게 8회말 공격이 시작되기 전 파울라인 근처에 나가 관중들과 인사를 나눌 것을 권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수도 있는 구로다에게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비록 데릭 지터의 은퇴 경기에 다른 주인공을 만들기 꺼려한 구로다의 성향 때문에 성대한 만남은 무산됐지만 구로다의 팀 내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치로 역시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 기록을 알고 있었는 듯 일부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이치로의 기록을 격려했으며 미 언론들은 14년, 일본 무대를 포함하면 21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친 이치로의 기록을 조명하며 경의를 표했다. 이미 MLB 명예의 전당 등극이 확실시되는 ‘예비 레전드’에 대한 예의였다.
두 선수의 거취는 유동적이다. 이치로의 경우는 기회가 많지 않은 양키스 대신 타 팀을 물색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 복귀보다는 미국 내 이적이 유력해 보인다.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뛴다면 역사적인 MLB 3000안타 고지 점령은 무난해 보인다. 구로다는 은퇴와 양키스 잔류를 놓고 고민 중이다. 양키스는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구로다의 잔류를 원하고 있지만 구로다는 “천천히 결정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장고에 들어갔다. 두 선수의 노장 투혼을 내년에도 MLB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많은 팬들의 시선이 두 선수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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