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지기 안정환과 이을용의 만남은 특별했다. 2002년 월드컵 영웅인 두 사람이 '아빠 어디가'를 통해 흔한 아빠의 모습으로 인간적인 매력을 뽐냈기 때문.
안정환과 이을용은 지난 28일 방송된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통해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20년 지기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도 편안한 절친한 사이. 두 사람은 한국 축구를 세계 반열에 올려 놓는데 큰 공을 세운 축구 영웅들이지만, '아빠 어디가'에서는 그저 소을이와 리환이의 평범한 아빠일 뿐이었다.
특히 '을용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을용 코치는 그라운드 위의 카리스마 있고 날렵한 모습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은 편안한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뽐냈다. "딸과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이을용 코치의 모습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면모라 더욱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족처럼 편안한 친구와 여행을 떠난 안정환 역시 그 어느때보다 많은 미소를 머금었다. 안정환은 이을용의 집 앞에서 "이 주차장이 을용이가 맨날 술먹고 자는 곳이구나"라며 이을용의 굴욕담을 소개하며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을용 코치도 함께 여행을 떠나며 "우리 둘이 만나면 맨날 술만 먹을 줄 알지, 이런 여행은 처음이다"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셀카봉을 이용해 어설픈 자태로 사진을 남기며 시청자들을 반갑게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온 국민의 우상이었던 이들이 청춘을 운운하고 "우리가 그땐"으로 시작하는 영웅담으로 보는 이들까지 추억에 잠기게 했기 때문.
더욱이 12년 전 전국을 빨간 물결로 일렁이게 만든 장본인들이 여느 아빠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을 보이며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혀 더욱 감회를 남다르게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아이들의 아빠로 살아가며 추억을 곱씹는 이들의 모습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성장하고 변화했음을 보여줘 의미를 더했다.
'아빠어디가'는 매 회 아빠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을 통해 그간 보지 못했던 스타이 면면을 부각시키는 중. 연출된 상황이 아닌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본연의 모습을 이끄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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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어디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