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벽은 높았다. 유력한 결승 상대 이란과 '최종면접'을 본 한국이 이란의 벽 앞에 무릎을 꿇으며 연승 행진을 중단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은 29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8강 플레이오프 2차전 이란과 경기서 세트스코어 1-3(21-25, 19-25, 25-23, 25-19)으로 패했다. 조별리그 3경기와 8강 플레이오프 1차전 인도전을 4연승 무실세트로 돌파해온 한국은 강적 이란 앞에서 연승 행진이 중단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가장 강력한 결승 상대로 손꼽았던 이란을 8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만큼, 한국은 최종점검에 중점을 뒀다. 세계선수권대회 대신 아시안게임을 선택한 이란은 주전 1군 선수들을 인천으로 보냈고, 박기원 감독이 "탈아시아급"이라고 표현한 이란의 전력은 이날 경기서도 잘 드러났다.

1세트 초반은 박빙이었다. 치열한 승부가 오갔다. 동점을 반복하며 추격하던 한국은 이란이 주춤하는 사이에 17-14까지 리드를 잡았으나 곧 다시 뒤집히고 말았다. 유리한 상황에서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한국은 첫 세트를 21-25로 내줬고, 2세트 역시 19-25로 내주고 말았다.
지난 4경기 동안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온 박철우와 전광인이 이날 경기서 이란의 블로킹에 가로막히며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컸다. 2~3세트부터 서재덕과 송명근이 공격을 주도하며 조금씩 활로를 뚫어나간 효과가 3세트에 드러났다. 3세트서 뒷심을 발휘하며 추격에 성공, 25-23으로 경기를 뒤집어 한 세트를 가져온 것.
비록 이후 4세트서 다시 10-16까지 끌려가다가 점수차를 만회하지 못하고 패하기는 했으나, 이란과 결승에서 다시 만날 경우 이날 뺏어낸 한 세트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주포 박철우(3득점) 전광인(6득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서재덕(13득점)-송명근(11득점)이 충실히 점수를 따내며 제 역할을 해준 점도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8년만의 금메달 도전도 어려워진다. 플레이오프에서 당한 이 패배가 보약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일이다. E조 2위가 된 한국은 오는 10월 1일 F조 3위 태국과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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