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까지만 해도 드라마 왕국이라 불렸던 SBS가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기대작들의 연이은 혹평과 조기 종영까지, 드라마 왕국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SBS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의 조기 종영 소식이 알려졌다. 일단 SBS측이 밝힌 조기 종영의 이유는 이러하다. "아시안 게임 중계 여파로 결방이 불가피하다.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조기 종영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러나 이 드라마가 저조한 시청률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뿐 아니다. 지난 17일 첫 선을 보인 월화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첫 회부터 혹평 세례를 맞았다. 군 제대 후 배우로 컴백한 정지훈과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크리스탈(에프엑스) 등 화제몰이에는 충분히 성공했으나 극의 퀄리티에 대한 네티즌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2위, 7~8%대(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에 머무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 SBS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생각해볼 때 아쉬운 결과다. SBS 드라마는 히트 드라마를 연속적으로 만들었고, 이 여파로 시청자들로부터 '믿고 보는 SBS드라마'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특히 '별에서 온 그대', '왕관을 쓰려는 자 상속자들' 등 수목극들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얻으며 SBS 드라마 왕국 건설에 앞장섰다. 방송 관계자들 또한 SBS 편성 드라마들에 대해 "때깔이 좋다"며 엄지를 들어보이던 때였다.
올해 들어 이러한 분위기는 변했다. 자신감이 과했던 탓일까. 장르물에 '올인'한 SBS드라마는 들인 수고만큼,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닥터 이방인', '쓰리데이즈' 등의 드라마들이 초반 화제몰이에는 성공했으나 앞선 SBS 드라마들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웰메이드, 호연 등의 호평도 있었지만 성공작이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상반기를 넘어서도 기대작들이 줄줄이 빛을 보지 못했다. '천국의 계단' 커플인 권상우-최지우의 재회와 불륜이라는 과감한 소재를 그려낸 '유혹'은 지지부진한 시청률과 반응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이 뿐 아니다. 황정음의 드라마로 높은 시청률이 예상됐던 '끝없는 사랑' 또한 종영을 향해 가고 있는 현시점에도 갈팡질팡하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SBS 드라마가 바랄 수 있는 역전은 현재 방송되고 있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반전과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의 선전이다. 화제성만큼은 '동시간대 1등'인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겐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비밀의 문'의 경우 2회 방송에서 9.7%로 1위를 차지한 상황. 역사 왜곡 논란과 극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일부의 의견을 극복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
또한 앞으로 스타 작가들이 SBS 드라마에서 새 작품을 선보일 예정. '대장금', '선덕여왕'의 김영현 작가는 '육룡이 나르샤'라는 신작으로 SBS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BS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편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도 오는 11월 '피노키오'를 선보인다. 이종석, 박신혜가 남녀주인공으로 확정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방송관계자는 "성공과 실패의 흐름이 있다. SBS의 경우 그 사이클이 성공에서 멀어진 것"이라며 "그럼에도 SBS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전세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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