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엄하게 대하지만 때로는 부드럽게. 스타출신 유남규(46) 탁구국가대표 감독이 선수들을 쥐락펴락하는 방법이다.
유남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은 29일 수원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계속해서 승전보를 전했다. 혼합복식과 여자복식 2개 조는 모두 16강에 안착했다. 남자 단체전 준결승에서는 주세혁의 대활약으로 대만을 3-1로 꺾고 이겼다. 모든 것이 유남규 감독의 작전대로 착착 맞아떨어졌다.
여자탁구 간판스타 양하은(대한항공)은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에서 맹활약했다. 다만 양하은이 실수를 할 때마다 매의 눈으로 쳐다보던 유남규 감독이 따끔하게 질책을 했다. 정신을 번쩍 차린 양하은은 매섭게 라켓을 휘둘렀다.

경기 후 양하은의 유남규 감독의 ‘매의 눈’에 대해 “연습 때부터 그러신다. 경기장에 와서 부담은 없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유남규 감독님이 조언해주시는 것을 ‘그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든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하면서 유 감독님이 많이 신경써주셨다. 느낀 점이 많았다. 경기 끝나고 어떻게 해야 될 지 조금씩 잡혀간다. 나에게 도움을 많이 주신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유남규 감독이 선수들에게 엄하게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단체전을 앞둔 유남규 감독은 키플레이어 주세혁(삼성생명)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주세혁이 4경기에 들어갈 때 ‘세계대회서 (대만에) 당했기 때문에 꼭 설욕하자. 나는 두 번 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미스해도 괜찮다며 이렇게 하라고 주문했더니 소화했다. 주세혁이 듀스에서 이겼을 때 이겼다고 100% 확신이 들었다”며 쾌재를 불렀다.
주세혁 역시 유남규 감독의 코칭을 승리비결로 꼽았다. 그는 “감독님이 너무 이기려고 하지 말고 침착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주효했다. 1세트 때 너무 이기려고 하다 보니 작전이 생각이 안 났다. 2세트를 잡고 벤치주문이 귀에 들어왔다. 침착하게 했다”며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현역시절 ‘여우’라 불렸던 유남규 감독은 ‘머리로 탁구를 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리전에 강했다. 단번에 상대 수를 꿰는 그의 능력에 제자들도 믿음을 주고 있다. 이런 유남규 감독도 중국만 만나면 불타오른다.
한국탁구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단 한 번도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결승전에서 내리 5번 중국을 만나 모두 패했다. 한국이 최근에 북한을 상대로 딴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은 바로 유남규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24년 전 따낸 금메달에 대해 “그 때 당시에 우리가 중국하고 하면 승률이 6-70% 정도 됐다. 지금은 5-10%다. 중국이 최강인 것은 사실이나 선수들에게 그냥 물러서지 말고 은메달에 만족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은메달을 따러 온 것이 아니라 금메달을 따러 왔다. 금메달이 너무 고프고 절실하다. 마지막까지 진돗개가 호랑이를 무는 느낌으로 한 세트라도 더 따라고 할 것”이라고 선수들을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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