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넘어야 메달이 보인다. 한국탁구가 북한과 숙명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 탁구대표팀 혼합복식 이정우(30, 울산시탁구협회)-양하은(20, 대한항공) 조는 29일 오전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혼합복식 32강전에서 라오스의 타비삭 파사폰-셩다빙 도앙판야 조를 세트스코어 3-0(11-5, 11-3, 11-5)으로 완파하고 16강 진출에 올랐다. 이정우와 양하은의 16강 상대는 다름 아닌 북한의 김혁봉-김정 조다.
같은 날 경기를 펼친 여자복식의 전지희(22, 포스코에너지), 이은희(28, 단양군청) 조도 네팔의 나비타 스레샤-라우니야 카오졸 조를 역시 세트스코어 3-0(11-3, 11-4, 11-7)으로 물리치고 16강에 합류했다. 이 조는 16강전에서 북한의 리명선-김송이 조와 맞붙게 됐다.

한국은 북한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특히 양하은은 남북대결을 벼르고 있다. 28일 치렀던 여자탁구 단체전 8강전에서 한국은 북한에게 1-3으로 패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양하은은 북한의 김정에게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양하은은 1-2로 뒤진 4경기에서 다시 단식주자로 나섰지만 리명선에게 무릎을 꿇었다.
단체전 패배에 대해 양하은은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직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기술적으로는 안 되는 것 없이 할 것을 다했다. 다른 선수들이 더 잘했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시 만날 김정에 대해 양하은은 “어제 김정 선수와 단식을 했다. 작년과 비교해 러버가 바뀌었다. 그 때는 천천히 오고 이질성 러버였는데, 지금은 빠른 스피드로 많이 온다. 스피드에 안 밀리도록 해야 되겠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양하은은 단체전 쓰라린 패배를 복식에 올인해 갚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선 여자복식에서 중국선수를 이기면 결승에도 갈 수 있다. 결승진출이 목표다. 혼합복식은 남북대결에서 어제 졌다. 그것을 꼭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눈빛을 불태웠다.
한국탁구의 성적은 남북대결 결과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과연 남과 북의 자존심 대결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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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