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성희가 ‘야경꾼일지’에서 확 바뀐 눈빛 연기로 진짜 도하와 가짜 도하라는 1인 2역 연기를 소화했다. 보통 1인 2역을 연기할 때 배우는 화장법이나 머리 모양, 옷차림을 달리하는데 고성희는 이 같은 외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그는 눈빛과 입꼬리 변화만으로도 착한 도하, 도하 외모를 하고 있는 음흉한 분신이라는 1인 2역을 완벽히 표현했다.
고성희는 지난 2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에서 사담(김성오 분)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분신이 생기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도하를 연기했다. 사담은 이린(정일우 분)과 무석(정윤호 분), 그리고 도하 등 야경꾼 조직을 와해하기 위해 이린이 사랑하는 도하의 분신을 만들었다. 바로 구미호 꼬리를 활용한 둔갑술로 도하를 똑닮은 여성을 만들어, 무석을 유혹한 것.
그 사이 도하는 이린에게 상처를 받고 복수심을 품은 박수련(서예지 분)에 의해 감금돼 있었다. 결국 이린은 무석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도하를 보고 오해하게 되고, 사담의 계략대로 탄탄했던 야경꾼 조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사담이 도하의 분신을 활용해 야경꾼 조직을 무너뜨리려고 한 점. 또한 누구라도 속을 수밖에 없는 똑닮은 외모 속에 눈빛만 어두운 기운을 뿜어대는 도하 분신의 무석을 향한 거침 없는 유혹이 이날 방송의 팽팽한 긴장감의 이유였다.

고성희가 연기한 그동안의 도하는 선머슴 같으면서도 선하고 맑은 눈빛의 무녀. 당찬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이린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착한 도하와 180도 다른 악한 도하의 분신은 고성희의 살벌한 눈빛 하나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표현됐다.
흔히 1인 2역을 연기할 때 외관이 변하기 마련인데, ‘야경꾼일지’는 둔갑술이라는 1인 2역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갈등 장치 탓에 외관의 변모를 통해 도하와 도하의 분신을 구분 지을 수 없었다. 다만 고성희는 눈빛과 입꼬리의 변화만으로도 두 사람을 연기했다. 수련으로 인해 약을 먹고 쓰러져 감금된 도하와 그 도하를 섬뜩하게 바라보는 도하의 분신, 이 짧은 순간에 연이어 등장한 고성희는 입꼬리가 확 올라가고 간계가 담긴 눈빛 발산을 통해 두 캐릭터의 구분점을 뒀다.
때문에 안방극장은 갑자기 출현해 야경꾼조직을 마구 흔들어놓는 도하 분신의 악랄한 악행에 분노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가 1인 2역의 큰 구분이 없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개인데, 고성희는 능숙한 표정 변화로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확 높였다.
올해 초 ‘미스코리아’에서 능숙한 연기를 하며 안방 데뷔를 마친 고성희는 불과 2작품 만에 여주인공을 꿰차며 신인 배우로서 파격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안정된 연기력과 흔하지 않은 매력적인 외모를 갖춘 고성희가 짧지만 강렬했던 1인 2역으로 시청자들을 홀리는데 성공하며 향후 그의 연기 인생을 쭉 지켜보고 싶게 만들었다.
한편 ‘야경꾼일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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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꾼일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