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비밀의문' 한석규 vs 이제훈, 잔혹한 진실게임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9.30 06: 54

진실을 밝히려는 아들과 진실을 숨기려는 아버지. 잔인한 싸움이다. 아직 서로를 향한 마음이 더 큰 부자(父子)였기에, 안타까움은 컸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 3회에서는 절친한 벗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는 세자 이선(이제훈)과 죽음 뒤 진실을 감추려는 영조(한석규)의 보이지 않는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이 게임에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수 많은 인물들이 합류했고, 그들의 운명 또한 알 수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선은 신흥복의 죽음이 자살로 판명나자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기록에 허점을 찾고,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그의 수사를 방해하는 김택(김창완) 홍계희(장현성) 등에 의해 번번히 저지 당했다. 이들은 사건의 발단인 맹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신흥복의 죽음은 맹의 존재를 덮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이선은 세책방의 주인 서지담(김유정)을 희망으로 여겨, 부용재의 운심(박효주)까지 직접 방문했지만 헛걸음이었다. 그는 좌절하는 듯 보였지만 스승 박문수(이원종) 등의 도움으로 결정적인 도움을 얻을 신흥복의 동료 허정운(최재환)을 잡아들이는 데 성공했다.

영조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죽은 신흥복을 벗으로 여겼다는 아들의 간곡한 요청에 마지못해 재수사를 허락한 그다. 그는 재수사를 허했을 뿐, 진실을 찾아내는 것까진 허하지 않았다. 그는 이선의 행보를 주시했고, 이선의 정신적 지주인 박문수를 직접 압박했다. "전하의 손으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 반성없는 권력엔 미래도 희망도 없다"며 맹의의 존재를 알리라는 박문수의 말에 영조는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진실놀음은 이쯤에서 접어라"고 경고했다. 여차하면 죽일 수도 있다는 그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선은 자신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음을 감지했다. 그는 매번 아군과 적군,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했다. 다만 가장 큰 적이 아버지인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선에게 아버지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훗날 아버지의 진짜 얼굴을 알고 나면 그가 느낄 배신감이 상당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조는 '정치 9단'의 정치가였으며 자주 분노하는 다혈질이었지만, 아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부실한 놈"이라 타박했지만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원하지 않는 재수사를 승인했다. 가치관과 세계관은 다르지만 성미는 자신의 꼭 빼닮은 아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선이 제풀에 꺾여 수사를 중도에 중단하리라 과소평가한 것은 그의 실수였다. 이는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서지담(김유정)은 비극에 뛰어든 또 다른 인물이었다. 죽기 직전 신흥복을 목격한 서지담은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스스로 수사를 시작했다. 그를 목격했던 당시 다리 밑에서 세책패를 찾아냈다. 신흥복의 사체가 발견된 어정이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그가 죽었다는 증거였다. 그는 허정운의 정인 춘월(김보령)으로부터 "신흥복은 살해 당한 것이 분명하다"는 증언도 들었다. 앞서 그의 필명은 빙애로 소개됐다. 즉, 사도세자의 세손을 낳는 경빈박씨로, 서지담의 역할을 암시해주는 장치이다. 역사에 따르면 경빈박씨는 사도세자의 손에 맞아 죽는다. 사도세자를 재해석하는 '비밀의 문'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작된 비극이다. 잔혹한 진실게임에서 진정한 승자가 존재할 수 있을지, '비밀의 문'은 이 과정을 얼마나 흥미롭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jay@osen.co.kr
'비밀의 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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