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M 헨리는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에서 신병에 합류한 그는 원조 구멍 샘 해밍턴을 뛰어넘는 군대 무식자의 면모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초반, 그의 엉뚱한 모습에 난색을 표하던 시청자들도 차츰 자신만의 방식으로 군대 문화에 적응해 가는 외국인의 모습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헨리가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4차원을 훌쩍 넘겼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만큼, 한국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엉뚱한 행동 때문이다. 이는 군대의 강한 위계질서와 정형화된 문화와 부딪히며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진짜사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가져왔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여전히 대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방송에는 늘 새로운 블루칩들이 필요하다. 확실히 헨리의 등장 이후로 예능 대세는 외국인들 쪽으로 굳어가고 있는 상황. 샘 해밍턴으로 시작된 외국인 스타들의 인기가 헨리에서는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도 ‘비정상회담’의 G11, 프랑스인 모델 파비앙 뿐 아니라 한국인이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god 박준형, MIB 강남 등으로 이어져 가는 모양새다.


헨리의 성공 이후,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시도를 하는 스타들이 더러 있었다. 몇은 성공을 거뒀고, 일부는 성공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헨리의 특정한 캐릭터를 따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 오히려 헨리가 선보인 4차원 캐릭터를 벗어나 진정성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들이 헨리로부터 시작된 외국인 스타의 인기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이들을 보면 주로 외국에서 살다 와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방송인들이 대부분인데, 마냥 헨리처럼 4차원의 캐릭터들만 성공을 한 것은 아니다. 박준형이나 강남 등이 헨리처럼 엉뚱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꼭 기상천외하게 엉뚱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다면 좋은 반응을 얻는다.
그 예가 프랑스인 파비앙과 ‘비정상회담’의 에네스, 샘오취리 등이다. 파비앙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식성과 생활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한국 음식을 소개할 정도로 진심어린 모습이 특징. 뿐만 아니라 한국에 살며 오르는 전세 값을 감당하지 못해 한국에서나 고국 프랑스에서도 대출을 고민하는 등 실감나고 리얼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측은지심을 자아내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에네스나 샘 오취리 등 ‘비정상회담’의 G11도 방송에서의 독특한 발언들과 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을 뛰어넘는 보수적인 발언들로 ‘터키 유생’이란 별명을 얻은 에네스, 귀여운 외모의 일본 아이돌 출신 타쿠야, 벨기에 오리 줄리안 등은 하나로 분류할 수 없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헨리와 '비정상회담'의 인기 이후 외국인들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더 생겨나고 있다. 최근 정규 편성된 MBC 예능프로그램 '헬로! 이방인'과 방송 중인 MBC에브리원 '로맨스의 일주일' 등이 그 예. 더불어 엠넷 '슈퍼스타K'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참가자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들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때, 중요한 것은 누구나 헨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오히려 헨리라는 성공적인 캐릭터가 만들어 낸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때 성공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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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인스타그램, '비정상회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