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고생했는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이 나왔다. 주인공은 볼링 여자대표팀의 이나영(28, 대전광역시청). 오른 무릎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버텨내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표정이었다.
이나영은 30일 안양호계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볼링 여자 5인조전에 정다운(28, 창원시청), 김진선(21, 구미시청), 이영승(19, 한국체대), 손연희(30, 용인시청)와 조를 이뤄 출전했다. 그러나 합계 6048점을 기록, 싱가포르(6119점)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71핀이 뒤져 아쉬운 은메달에 머문 것이다.

그러나 이나영은 6게임 합계 1256점(평균 209.33)을 기록, 개인전, 2인조전, 3인조전 점수를 더해 5132점(213.83점)으로 개인종합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이나영은 2인조, 3인조에 이어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한 것이다. 이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최초다. 이제 마스터즈에서마저 금메달을 딸 경우 4관왕에 오르게 된다.
이나영은 경기 후 "아주 기쁘다"면서도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렸다. '너무 여려서 안돼'라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어 그동안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려 하지 않았던 이나영이었다. 이나영은 "5인조전에서 다 같이 고생한 언니, 동생들과 금메달을 함께 걸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쉽다"면서 "솔직히 개인종합 금메달의 기쁨보다 5인조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더 크다"고 눈물의 이유를 밝혔다.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이란 말에도 "몰랐다. 기쁘다"고 짧막하게 말한 이나영이다. 작년 27세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나영은 "대표팀이 되고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해 기쁘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나영은 가족과 주위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저 때문에 고생하신 아빠, 엄마께 감사하다"는 이나영은 특히 운수업을 하는 아버지 이영호(51) 씨에게 "아빠가 위험물을 운반하신다. 요즘은 강원도로 장거리 운전을 하시는데 걱정이 된다"면서도 "어릴 때 아빠가 개인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주기도 하셨고 매번 운동이 안될 때마다 내는 짜증도 받아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이나영은 경기 내내 아버지가 준 목걸이와 팔찌를 차고 있었다. 긴장될 때면 자신도 모르게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위안을 찾았던 것이다.
또 어머니 김미향(50) 씨에게는 "새벽 조깅을 위해 나서려고 하면서 매번 먼저 일어나 준비해주시고 같이 뛰어주셨다"면서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최근까지 음식 서빙을 하셨다. 무남독녀인 절 위해 뒷바라지 해주신 두 분 다 내게는 고마운 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금메달보다는 첫 메달(개인전 동메달) 때 더 기뻤던 것 같다. 물꼬를 틀 수 있었던 메달이라 그랬던 것 같다"는 이나영은 4관왕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악물고 쳐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고비는 없었을까. 이나영은 "3인조에서 한 경기에 3개 프레임을 오픈한 적이 있었다. 그 때 226점을 쳤다. 그 때 '멋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사실 고비였다"고 털어놓았다. 또 "5인조전에서는 매 게임이 고비였다"고 떠올린 이나영은 "그렇게 힘들게 쳤는데 금메달을 못 따 너무 아쉽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눈물을 글썽여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나영은 "소속팀 감독님(박창해)과 매 경기마다 잘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줬던 소속팀 동료(대전광역시청)들에게도 고맙다. 또 항상 경기 후 내 오른 무릎을 랩핑해주시는 트레이너 선생님께도 감사한다"면서 "우리 대표팀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고마움과 당부를 함께 전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