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꼭 따야 합니다".
술래잡기로 알려진 카바디의 규칙은 간단하다. 공격자(레이더) 1명이 상대 코트에 들어가 숨을 참는다는 힌두어 '카바디'를 외치며 상대 수비수(안티)의 신체를 터치한 뒤 자기 코트에 돌아오면 터치한 상대 수비수 인원만큼 점수를 얻는다.
레이더가 '카바디'를 외치지 않으면 숨을 쉬는 것으로 간주돼 심판에게 발각되면 퇴장된다. 또 상대 팀에게 1점까지 내줘야 한다.

단순한 경기방식이지만 꽤 거칠다. 레이더와 안티간의 몸싸움이 굉장히 심하다. 순발력도 필요하고 지구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술래잡기와 격투기가 혼합된 카바디는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부가 정식종목이 됐고 2010 광저우 대회서는 여자부도 정식 종목으로 인정 받았다. 아시아에서는 7인제로 경기를 치른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참가한 한국은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카바디가 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종주국 무대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중이다.
올해 인도 프로 리그가 출범하며 각국 협회에 선수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이 왔다. 리그는 각국 협회가 보낸 경기 영상 등을 참고로 인도를 비롯해 영국-케냐-일본-오만 등 13개국 96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각 팀 구단주들은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했다. 그렇게 김성렬과 이장군은 콜카타, 홍동주는 델리, 엄태덕은 파트나를 연고로 한 팀에서 뛰게 되었다. 이들의 연봉은 많지 않지만 한국의 카바디 선수라는 자존심을 걸고 경기에 임한다.
30일 인천 송도 글로벌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이란과의 경기는 메달 획득을 위한 중요한 고비였다. 종주국 인도, 이란, 파키스탄과 함께 남자 카바디 세계 4강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메달 획득을 향한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 많은 실점을 내주며 힘겹게 싸웠다.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 후반 맹렬한 추격을 펼쳤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라이벌인 이란을 맞았기 때문에 경기는 굉장히 거칠었다. 메달 색깔의 향방을 좌우하기 때문에 치열함이 더했다. 결국 한국은 22-41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를 마친 홍동주(28, 다방 델리)는 얼굴이 긁혔다. 그만큼 카바디가 거친 운동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아킬레스 건염으로 인해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한 홍동주는 이란전 패배에 대해 너무 아쉬워 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꼭 승리하고 싶었다. 이란 선수들의 체격적으로 좋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임했다. 그래서 오늘 패배가 더 아쉽다"고 말했다.
인도리그에 진출한 그는 카바디 선수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프로리그지만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1년에 40일 정도 밖에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연봉도 큰 의미가 없다. 인도 혹은 남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그쪽에 인맥이 있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동주도 그러한 상황.
"아시안게임 메달은 저 뿐만 아니라 한국 카바디를 위해 꼭 필요하다. 따라서 이란전에 승리를 거두면서 금메달 도전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가 이렇게 됐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B조에 속해 있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와 경기서 승리를 거둔다면 A조 최강인 종주국 인도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홍동주는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 그는 "인도리그에서 뛰면서 많은 선수들을 경험해 봤다. 따라서 그들의 습관과 성향 등에 대해 많이 분석했다. 부담스럽겠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동주는 "단순히 나의 영광을 위해 메달을 따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카바디가 잘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한다. 또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카바디 선수로 얼마나 더 뛰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