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야말로 가장 강력한 악기였다.
1일 0시 공개된 김동률의 신곡 '그게 나야'에는 듣고만 있어도 옛 추억이 소환되는 대체불가 감성이 있었다.
음악이 재생되는 동안, 바쁜 일상에 잠시 옆으로 제쳐뒀던 추억, 이후로 계속된 연애로 다 잊었다 생각했던 첫 사람이 자동 소환된다. 단연 김동률 목소리의 힘이었다. 낮게 깔리는 그의 목소리는 그 어떤 악기, 편곡보다 드라마틱했다.

노래는 담담한듯 하면서 애절하고, 씁쓸한듯 하면서 달달했다. '다 지운 채로 사는건지, 우리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은 왜 내게는 추억인 척 할 수 없는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얼굴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또 그리는 그게 나야'로 이어지는 가사는 노래를 듣는 잠시동안이라도 '변치 않는' 사랑을 믿고 싶어진다.
가사 내용은 김동률이라는 사람 그 자체와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숨가쁘게 변하는 가요계서 아직도 신비한 느낌을 지닌 김동률은 여전히 옛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자신을 가리켜 '그게 나야'라고 노래하는 듯도 하다. 보컬이 끊기고 현 반주가 휘몰아치는 후반부는 여전히 위력적인 감성의 힘을 입증하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뮤직비디오에선 공유가 얼굴 표정 하나로 곡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연인과 헤어지고 오롯이 남은 그는 짐을 하나씩 정리하며, 결코 정리되지 않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표현해낸다. 별 액션도 없고, 스토리도 없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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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