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전을 위해 1년 반 이상 이어진 담금질. 남자 크리켓 대표팀의 첫 국제대회 도전은 첫 승이라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남긴 첫 대회였다.
한국은 30일 인천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크리켓 남자 준준결승전에서 스리랑카를 만나 싸웠지만 55-172로 대패했다. 전날 중국을 잡고 준준결승에 올랐으나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진한 스리랑카와의 격차를 확인한 한국은 공식경기 첫 승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감했다.
준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조별예선에서 중국을 누른 것은 크리켓의 경사였다. 국가대표팀이 구성되고 2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크리켓 대표팀이 존재했던 중국을 이겼다는 것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기본기가 탄탄했던 선수들이 많았던 점은 빠른 기량 향상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이들은 총 4차례의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과 자신감을 배양했고, 세계 최강인 스리랑카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한국의 이화연 감독은 “생긴지 2년도 되지 않은 팀이 스리랑카의 위켓을 8개나 잡아냈다는 것은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할 일이다”라며 만족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선수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노력했던 주장 김경식은 힘들었던 일화도 공개했다. “인도 전지훈련에서는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선수들이 밥을 제대로 못먹었다. 4주 만에 7~8kg이 빠졌다”며 김경식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보다 더 힘든 것은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는 크리켓 실업팀이 없는 상태다. 김경식은 “당장 앞으로의 일정과 거취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힘들다. 다른 종목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소속팀으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며 걱정했다.
이 감독도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는 “대한민국 선수단 중 선수들의 소속팀이 없는 종목은 크리켓뿐이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크리켓에도 작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각자 생계도 포기한 채 아시안게임만 보고 왔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선수들도 있어 생계로 인해 떠나는 일도 많을 것이다. 훈련된 선수들이 떠난다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2년 가까이 달려와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은 노력도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 한국 크리켓의 현실이다. 소중한 구성원들을 잃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과 지차제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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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조인식 기자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