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탁구] 유남규가 말한 진돗개, '최고참' 주세혁이었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9.30 18: 27

호랑이를 물고 놓지 않는 진돗개는 최고참 주세혁(34, 삼성생명)이었다.
주세혁(17위)은 3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단체전 중국과 결승에 출전했다. 첫 번째 경기의 주자로 나선 주세혁은 세계 3위 마룽과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펼치며 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웃지는 못했다. 주세혁은 매 세트 막판까지 승부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1-3(9-11 9-11 12-10 15-17)로 패배했다. 주세혁이 고개를 숙인 한국은 두 번째 경기와 세 번째 경기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모두 패배, 0-3으로 마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02 부산 대회부터 2006 도하 대회, 2010 광저우 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3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주세혁은 자신의 아시안게임 마지막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에 머물며, 개인 통산 4개의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기록하게 됐다.
이날 경기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빛난 선수는 최고참 주세혁이었다. 경기 결과는 1-3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5세트까지 가는 명승부 이상의 것이었다. 주세혁과 마룽의 대결은 4세트까지 갔음에도 61분 동안 진행됐고,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의 높은 집중도를 이끌어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여다. 1~2세트를 모두 내주며 승기를 뺐긴 상황에서도 마룽의 강력한 공격을 견뎌내는 등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주세혁의 견고한 수비에 마룽이 흔들리며 3세트를 내줬고, 4세트에서는 연속된 듀스까지 이끌어냈다.
대회 전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진돗개가 되라"고 주문했다. 자신보다 무서운 호랑이를 상대함에도 물러서지 않고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와 같이 경기를 하라는 뜻이었다. 주세혁은 유남규 감독이 주문한대로 진돗개가 돼 세계 최강 중국의 마룽을 물고 놓지 않았다.
하지만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진돗개가 돼 호랑이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주세혁의 분전은 남자 대표팀에 울림을 주었다. 비록 뒤이어 열린 후 경기에서는 큰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주세혁의 뒤를 이어 대표팀을 꾸릴 선수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성장할 자양분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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