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슬링에 첫 금메달이 나왔다. 정지현(31)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지현은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레슬링 그레고로만형 71kg 결승에서 투르디에프 딜소드존(우즈베키스탄)을 만나 9-0으로 폴승을 거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정지현은 잇따라 상대를 머리 위로 넘기면서 포인트를 쌓았다. 1피리어드 폴승에 필요한 점수는 8점, 정지현은 불과 1분 22초 만에 9점을 얻어내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60kg급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은 이후 큰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에 이번 대회에 나서는 각오가 남달랐다. 정지현의 아시안게임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후 정지현의 얼굴은 상처 투성이였다. 그래도 정지현은 씨익 웃으면서 "너무 오랜만에 금메달을 따서 감회가 새롭다. 정말 행복하고 정신이 없다"고 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약관의 나이로 깜짝 금메달을 딴 정지현은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원래 60kg급으로 시작한 정지현이지만 계속해서 체급을 올렸고 거기에 몸을 맞추지 못해 힘들어했다.
정지현은 결승에서 낙승을 거뒀지만 오히려 준결승에서 고전했다. 세계랭킹 1위인 압드발리 사이에드를 상대로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기사회생했고 2피리어드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정지현도 "준결승은 너무 힘들었는데 오히려 결승전은 쉽게 경기가 풀렸다"고 했다.
결승에서 정지현이 만난 상대인 투르디에프는 신장이 178cm로 정지현(165cm)보다 무려 13cm나 크다. 정지현은 작은 키를 십분 살렸다. "저보다 키나 덩치 모두 커서 힘대 힘으로 붙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스피드와 기술, 지구력 위주로 작전을 짰다"는 게 정지현의 설명이다.
정지현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첫 째 아들 태명을 '아금(아시안게임 금메달)이',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둘 째 딸 태명을 '올금(올림픽 금메달)이'로 지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었다. 그는 "이제야 약속을 지킬 수 있었네요"라며 세상을 얻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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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