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16년 전 방콕 참사의 수모를 깨끗이 되갚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회 남자 축구 4강전서 전반 41분 이종호의 헤딩 선제골과 전반 45분 장현수의 페널티킥 추가골에 힘입어 태국을 2-0으로 제압했다.
지독한 4강 징크스를 넘었다. 한국은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28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며 정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결승 상대는 이라크를 연장 혈투 끝에 꺾고 올라온 북한이다. 오는 10월 2일 오후 8시 금메달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16년 전의 아픔을 씻었다. 한국은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8강서 태국에 1-2로 충격패한 기억이 있다. 당시 한국의 전력이 우세했으나 후반 36분 키아티숙 세나무앙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5분 뒤 유상철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연장 전반 5분 타와차이 옹트라쿨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분패했다.
당시 아시안게임은 연령 제한이 없었다. 한국은 최용수를 비롯해 유상철 이동국 김병지 등 최정예를 출격시키며 호기롭게 우승을 꿈꿨지만 태국에 일격을 당하며 꿈을 접어야 했다.
16년이 흘렀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엔트리 규정은 23세 이하로 바뀌었다. 한국은 이날 와일드카드 김신욱, 박주호, 김승규 등과 김승대, 이재성 등 젊은 피를 앞세워 지난 날의 아픔을 씻으려 했다.
전반 막판까지 태국의 밀집수비에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전반 41분 이종호의 헤딩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4분 뒤 장현수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추격 의지를 꺾었다.
후반엔 위기도 있었다. 초반까지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중반 이후 태국의 공세에 고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김승규의 선방쇼로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한국이 16년 전 아픔을 깨끗이 되갚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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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