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권지영의 내가 봤어] 심장을 조이게 하는 날카로운 말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갈 때 더욱 뾰족한 비수가 된다.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기 때문에 서로가 아파하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들은 특별한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독하게 비꼬는 말들을 내뱉어 상대방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지난 30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는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름(정유미 분)에게 “네가 연애를 그렇게 잘 알아? 연애는 누구한테 배우셨어요, 한여름 씨?”라고 말하는 하진(성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여름이 과거 태하(문정혁 분)와 연인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하진은 그간 자신을 속인 여름에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여름도 “강태하한테 배웠다. 됐니?”라고 지지 않고 말하면서 뒤돌아서 친구인 준호(윤현민 분)에게 “나쁜년아”라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연인, 친구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아픈 상처를 입힌 이날의 ‘연애의 발견’은 그래서 어느 회보다 더욱 무겁게 흘러갔다. 여름이 태하와 하진 사이에서 세차게 흔들렸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은 이날 방송은 여름의 진심을 잘 알고 있는 솔(김슬기 분)을 제외하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자신의 연애가 기승전결 가운데 어느 지점에 있는 건지 고민하는 여름의 무거운 표정은 하진과 여름의 미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는 것을 알게 했고, 이들의 먹구름은 비온 뒤 다시 보송보송하게 피어날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다.

‘연애의 발견’은 5년 전 뜨거운 연애를 했던 한 여자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구남친이 다시 찾아오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중이다. 특히 ‘연애의 발견’은 세 남녀의 아슬아슬한 연애 이야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랑과 질투, 의심, 분노 등의 감정을 조밀하게 담아내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16부작 드라마에서 연애이야기만 한다는 것은 실험적인 일이었지만, 단 한 회도 느슨하지 않은 탄탄한 만듦새를 자랑한 ‘연애의 발견’은 연애로 시작해 연애로 끝나는 이 드라마가 ‘그들이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그들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했는가’로 확장시키고, ‘그들은 이렇게 성장하였다’로 마무리한다는 기획의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성실한 모습이다.
이날 술을 마시다가 여름 때문에 주먹다짐을 한 하진과 태하는 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고, 술집 주인은 이들을 각각 건설회사 대표와 성형외과 의사로 소개하면서 “멀쩡한 것들이 이런다. 먹고 살기 편해서 그래, 이것들이. 세상에 여자가 그 가시나 밖에 없냐? 사랑이 뭐라고. 밥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사는 리얼 연애담을 그려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연애의 발견’이 16회동안 연애 이야기만으로도 다양한 화젯거리를 만들어낼수 있던 원동력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연애의 발견’은 먹고 살기 힘들어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가 넘쳐나는 지금, TV를 보는 시청자에게 원래 연애란 이렇게 뜨겁고 열정적인 것이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주제를 전하면서 두고두고 볼만한 연애 지침서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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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