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지난 주말 안방과 온라인에서는 배우 이광수의 충격적인(?) 여장 모습이 화제였다. 이광수는 28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개리, 김종국, 지석진 등과 함께 빨간 드레스에 곱게 화장을 한 모습으로 일명 '드림걸즈'가 돼 무대에 올랐다.
오디션 레이스로 펼쳐진 이날 방송에서 이광수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영화 '드림걸즈'를 패러디해 '원 나잇 온리' 무대를 재현했다. 이광수 말고도 개리, 김종국 등 많은 남자 멤버들이 개성만점 여장을 했던 가운데 뭐니 뭐니 해도 이광수의 여장은 가장 주목받을 만 했다. 유독 큰 장신에 평소 다양한 분장을 통해 코믹한 매력을 뽐냈던 그는 여장을 한 멤버들 사이에서도 특급 비주얼을 자랑했다.
이광수는 이런 배우다. 예능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능 안에서 최적화된다. 벌써 5년째 고정으로 출연 중인 '런닝맨'에서 그는 존재감이 막강하다. 그가 없는 프로그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친근하고 안정적이면서도 이따금 폭발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우리가 이광수를 떠올릴 때 '런닝맨'을 빼놓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그램과 이광수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주며 윈윈했다고 봐야 한다.

돈독한 운명이지만 이광수에게 어쩌면 '런닝맨'은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이광수가 '런닝맨'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쌓고 인기를 모으고 결국 '아시아 프린스'란 위치까지 올라 선 것도 사실이지만 특유의 털털하고 코믹한 이미지가 그의 주된 캐릭터가 된 것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선하고 코믹한 에너지가 실제로 인간 이광수의 근간이 된다고는 해도 배우로서는 자칫 고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질 위험성이 있다. '웃기는 사람'이란 이미지는 코믹 외길을 걷는 코미디 배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될 수 있다. 카멜레온, 팔색조란 수식어를 얻어야 하는 게 많은 배우들의 꿈이자 목표일 테니.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광수는 분명 코믹한 이미지로 노출이 잦은 인물이다. 이는 굳이 '런닝맨'이 아니어도 종종 작품 속에서나 다른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이광수는 작품 안팎에서 자주 허당스럽거나 덤벙 대고 누군가에게 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길을 가던 어린 아이들조차 그를 향해 '배신기린이다!', '광수다!'하며 놀려댈 정도라니 그가 얼마나 가깝고 소탈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출연한 영화 '좋은 친구들'과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주된 이미지를 탈피했다. 친구들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느와르에서 이광수는 절대 코믹한 캐릭터가 아니었고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역시 투렛증후군을 앓는 순정남으로 열연하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웃긴 대사, 과격한 몸 개그 대신에 보는 이들에게 울림을 안기는 연기로 자신의 무게를 더했다. 그가 단순히 웃기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이나 상황에 따라 충분히 어둡고 무겁거나 진지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배우란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다.
이광수가 만일 배우로서 좋은 연기력을 지니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런닝맨'에서의 코믹한 이미지에 매몰되지는 않았을까. 그가 가진 탁월한 연기력은 그를 예능인과 배우로서 확연히 구분 짓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캐릭터에 따라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바꾸고 여러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것, 이광수가 5년째 '런닝맨'으로 살면서도 자신감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광수는 실제 여러 인터뷰를 통해 '런닝맨'에 대한 무한 애정과 함께 코믹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스스로 연기에 대한 자신감, 변화에 대한 용기가 없다면, 가능했을까? 아닐 것이다.
issue@osen.co.kr
SBS 방송 캡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