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시퍼런 멍이 들고,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기어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레슬링 부활의 희망가를 부른 김현우(26, 삼성생명)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정상에서 포효했다.
김현우는 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고로만형 75kg 결승전에서 가나쿠보 다케히로(일본)를 4-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금메달로 김현우는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한국 레슬링 역사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는 단 2명(박장순, 심권호)뿐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현우가 마지막 퍼즐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세 번째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김현우는 2008 베이징올림픽,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연달아 노골드에 그치며 굴욕과 수모의 역사를 쓴 한국 레슬링을 기사회생시킨 주인공이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2012 런던올림픽에 나서 남자 레슬링 그레고로만 66kg급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레슬링 부활'의 효시를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에서 정상에 선 후 김현우는 체급을 올려 다시 한 번 도전을 시작했다. 그의 도전은 순조로웠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연달아 제패했다. 김현우는 그렇게 최강의 이름에 '그랜드슬램'이라는 단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안방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김현우가 역사의 한 장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하겠다던 김현우는 불굴의 의지와 타고난 재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노력의 힘으로 그랜드슬램이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한국의 세 번째 그랜드슬래머로 영원히 기억될 영광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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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