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보자'.
SK 이만수 감독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김응룡 감독의 방을 찾았다. 이만수 감독은 평소에도 한화와 첫 경기를 할 때마다 꼬박꼬박 김응룡 감독을 찾아 인사를 하곤 한다. 김응룡 감독은 "나 건강 신경 써주는 사람은 이 감독뿐"이라며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예를 갖춰 인사를 하며 김 감독의 건강과 안부를 물은 이만수 감독은 "한화와 3경기 남았습니다. 잘 봐주십시오"라며 애교 섞인 부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 감독은 절박했다. 이날 전까지 잔여 10경기를 남겨놓은 SK는 매경기가 결승이다.

SK는 한화를 11-1로 대파하며 경기가 없던 4위 LG에 1경기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로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로 16일을 쉬어 좋은 흐름이 끊기는가 싶었지만 시즌 재개 첫 경기 완승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이제 SK의 역전 4위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이 감독은 "휴식기 동안 춘천구장과 (송도) LNG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문학구장을 떠났지만) 기분 전환도 되고 괜찮았다"며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감독 생활을 3년째 하고 있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건 처음이다. 휴식기 동안 선수들과 미팅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성준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잘 이끌어줘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평소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부상자도 많고, 외국인선수도 적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도 예상 못한 일이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준 덕분이다"며 "주장 박진만이 돌아와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있다.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야단도 쳐가며 선수들을 이끌어준다. 경기에는 많이 못 나가지만 SK의 명예를 걸고 벤치에서라도 그렇게 해주는 게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남은 9경기도 전력승부. 이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모두 총력전이다. 모두 결승전이 아닌가 싶다"며 "지금 상황에서 특별히 변화를 줄 것은 없다. 몇 번 지면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모든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모두가 하나로 뭉치니 4강의 희망이 있다"고 자신했다.
여기에 SK는 마지막 카드도 하나 남겨놓고 있다. 바로 정상급 불펜 요원 정우람의 1군 등록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25일 공익근무를 마치고 소집 해제된 그는 1일 인하대와 연습경기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았다. 다만 평균 구속이 134~135km로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이 감독은 "공백이 있어 며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마음 놓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이만수 감독은 한화전 승리 후에도 "남은 경기도 전력으로 가겠다"라고 강조했다. 포기를 잊은 SK가 4강을 향해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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