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육상 경기가 열린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는 경사가 있었다. 여호수아(27, 인천시청)가 남자 200m 결승에서 3위로 들어와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여호수아는 1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200m 결승 경기에서 20.82의 기록으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육상의 전설인 장재근 이후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단거리 종목에서 나온 메달이었다.
경기를 마친 여호수아는 공동취재구역(mixed zone)에서의 인터뷰와 공식 인터뷰를 통해 기쁜 심정을 표출할 수 있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공동취재구역은 통로에 위치하고 있어 스탠드 끝에 자리를 잡은 관중들이 트랙 안에서 바깥쪽으로 걸어 나가는 여호수아의 모습을 보고 휴대폰 카메라에도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행요원이 여호수아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던 관중들 곁으로 가 이를 제지했다. 연유를 물으니 “사전에 승인된 사진기자 외에는 여기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부 취재기자들도 기사에 쓸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시도했으나 사진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지당하는 일이 육상 경기가 진행된 최근 2~3일 동안 수차례 있었다.
규정이라면 따라야 한다. 그리고 많은 인원을 통제하려면 규정은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진행요원의 행동은 합당했다. 단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원칙이 있었음에도 자원봉사자들은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다.
공동취재구역 근처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자리에 자원봉사자가 위치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몇몇 경기장에서는 자원봉사자 간의 불협화음도 자주 목격됐지만 유독 휴대폰을 들었을 때는 화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이날 역시 그랬다.
자원봉사자들은 가만히 두면서 왜 관중들이 촬영하는 것만 막는지 궁금히 여기자 진행요원은 그제야 황급히 자원봉사자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관중들이 찍을 때는 직접 막았지만 자원봉사자들이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자제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는지 자원봉사자들도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았지만, 이내 공식 인터뷰까지 마친 여호수아를 다시 둘러쌌다. 결국 단체사진 촬영에도 성공했다. 야구장에서는 훔친 야구공에 사인을 받는 등 각 경기장에서 자원봉사자의 탈을 쓴 욕심쟁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자원봉사자들까지 매도되는 것이 안타깝다.
조직위는 더 책임이 크다. 자원봉사자들이 책임감 있게 각자 위치에서 일해 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책임의 소재는 이들을 선발하고 교육해야 하는 조직위에 있다. 물론 이번 대회가 보여주고 있는 총체적 무능의 근원지인 조직위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 수는 있지만, 해낼 능력이 없다고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자원봉사자를 뽑았지만, 결과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아시안게임이 되고 있다. 관중들의 권리까지 빼앗는 조직위의 처사에 가뜩이나 텅텅 빈 아시아드주경기장이 앞으로는 더 한산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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