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축구] 쓰레기장이 된 문학경기장, 시민의식 어디로?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02 08: 32

여기가 축구장이야? 쓰레기장이야?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30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난적 태국을 2-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당시 경기장은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한국 응원단과 태국 응원단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로가 승리를 바라는 마음에서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경기는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여흥은 오래갔다. 경기장 앞 노점상에서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술판이 벌어졌다. 아시안게임 경기장에는 먹을거리가 부족한 편이라 노점상이 활기를 띌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도 아시안게임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문학경기장 전철역부터 경기장으로 향하는 약 100m의 거리가 대형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전날 노점상들이 들어와 있던 자리였다. 대부분의 쓰레기가 먹을거리 또는 응원도구로 인해 발생했다. 다이빙 경기를 보기 위해 오전 박태환경기장으로 향하던 외국인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넓디넓은 공간에서 청소용역업체 직원 한 명만이 혼자 빗자루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 많던 자원봉사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용역업체 직원은 “워낙 쓰레기가 많아서 40여명의 직원들이 투입되어도 반나절 넘게 시간이 걸린다. 경기장 내부를 먼저 치우면 거리는 오후에나 치울 수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축구경기가 끝나면 수 톤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쓰레기통에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자기가 만든 쓰레기를 도로 가져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쉬운 상황. 그나마 쓰레기를 한쪽에 모아두는 사람들은 양반이다. 찌그러진 맥주캔을 화단에 꼭꼭 숨겨두는 비양심적인 사람들도 많았다.
용역업체 직원은 “왜 화단에 쓰레기를 숨겨두는지 모르겠다. 일반 시민들도 문제지만, 노점상과 조직위원회 사람들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 중에 조직위원회만 소지할 수 있는 대회관련 물품이 무더기로 나오기도 했다.
조직위원회 시설운영부 관계자는 “경기장 청소는 인천시가 아닌 조직위 시설운영부에서 맡고 있다. 큰 경기가 있으면 밤새 용역업체를 투입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애로사항이 많다”고 호소했다.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기장은 항상 쓰레기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한국 남자축구는 2일 오후 8시 문학경기장에서 북한과 결승전을 치른다. 무려 2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하지만 오늘도 경기장은 쓰레기장으로 변하게 될까. 팬들도 이제 성숙한 관전태도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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