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중독성' 폄하 불가 차태현 코미디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0.06 07: 23

배우 차태현의 코미디에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이는 작품의 만듦새와는 좀 다른 문제로, 보기만 해도 기본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는 배우 특유의 만족도라고나 할까.
사실 차태현은 누적관객수 2000만명을 넘게 동원한 필모그래피를 지니고 있음에도, 충무로의 포커스에서는 조금 비껴 있는 느낌이다. 비슷한 누적관객수를 보유한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지니는 엄청난 카리스마, 묵직한 존재감과는 좀 거리가 먼 것도 사실.
차태현은 스스로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부름은 받아본 적이 없다. 그 분들의 시나리오를 본 적도 없다"라며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이유를 유머러스하게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 보면 그와 작업한 신인 감독들은 스타 연출자가 됐다. '과속 스캔들'의 강형철은 현재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흥행 감독이고,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은 두 작품 만에 본인만의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다. 역시 신인 김주호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490만여명을 동원한 흥행작이 됐다.
이들 작품은 '코미디'란 공통점이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2001년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차태현이 아닌 견우는 생각할 수가 없다.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인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에도 전지현은 어색할 수 있지만, 차태현은 가능한 것이 배우로서 지닌 차태현의 힘이다.
2007년 '복면 달호'는 차태현이기에 가능한 코미디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도 할 수 있다. 록스타를 꿈꾸며 지방 나이트에서 열심히 샤우팅을 내지르던 인물이 트로트로 전국을 평정하는 얘기를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상업영화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
또 하나, '엽기적인 그녀'와 2003년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같은 영화를 보면 전지현이나 손예진 같은 미녀 배우와도 코미디란 장르 속에서 케미스트리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연애소설'이나 '바보', '파랑주의보' 같은 당대 톱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감성 멜로가 어색했던 것은 아니나, 차태현이란 배우가 코미디 장르로 더 대중 취향을 저격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젠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과 다시한 번 의기투합한 '슬로우 비디오'(2일 개봉)를 선보인다. 10월 비수기 난데없는 전쟁판에 뛰어든 '슬로우 비디오'는 관객들이 차태현에게 기대하는 것, 그 소박함과 따뜻함을 배신없이 보여준다. 그렇기에 차태현의 연기가 좋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교적 제한된 배역 폭을 지녔고, 특정된 장르에 한정됐다는 시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동네 형이나 옆집 오빠 같은 그가 악역으로 변신한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도 악역은 본인의 영원한 숙제라고 전하기도. 그러나 반대로 그 만큼 특화가 가능하다. '과속 스캔들'이나 '헬로우 고스트', '슬로우 비디오' 같은 일련의 휴먼코미디물이 이를 증명해준다. 
선한 인상과 개구진 표정과 행동, 그러면서도 서민적이고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것이 코미디와 시너지를 낸다.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배우로서 너무 치열해보이지 않아서 편안한, 그런 매력도 있다. 
쉽게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들이 차태현에게는 큰 연기 변신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실 대중에게 이런 대접(?)을 받는 배우도 많지 않다.
nyc@osen.co.kr
'슬로우 비디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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