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축구] '남북대결' 36년 전 못다한 승부 가렸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0.02 22: 33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 36년 전, 0-0 무승부로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과 북이 인천에서 못다한 승부를 가렸다.
이광종 감독이 지휘하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일 인천문학경기장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임창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한국 축구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결승전이라는 사실 외에도 36년 만에 치르는 남북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북한 역시 1978 방콕아시안게임 당시 우승한 이후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없어 남과 북의 맞대결은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36년 만에 성사된 남북대결이 비장미를 더하는 이유는 하나가 더 있었다. 예전에 가리지 못한 승부를 가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1978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전도 남과 북의 대결로 치러졌다. 당시 남과 북은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동안 혈투를 벌였으나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고, 승부차기 규정이 없었던 시절이기에 그대로 공동 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훈훈한 분위기가 성사됐으나 승패를 가리지 못한 승부는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그러나 36년 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남과 북이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두고 진검승부를 펼쳐 진정한 승자를 가리게 된 것이다.
예전과 달리 공동 금메달이 없는 아시안게임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을 위해 다시 한 번 120분 동안 치열한 접전을 펼친 남과 북의 맞대결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남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가 됐다. 36년 전 시작된 한 편의 축구 드라마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엔딩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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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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