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만 있나? 꽃보다 PD&작가, 대본 없는데 노냐고? [꽃보다③]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10.06 06: 43

“치운다고 치운 건데...”(이진주 PD), “아, 치웠어?...”(이우형 PD)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만나고 싶었다. tvN 인기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을 비롯해 그동안의 ‘꽃보다’ 시리즈를 만든 제작진과의 만남. 편집실을 살짝 보고 싶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이우형·이진주 PD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방송 편집 장비들이 있고, 예상대로 칫솔과 치약, 그리고 물컵 등의 짠한 생필품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새벽에 쪽잠을 잘 수 있는 간이 침대가 한 켠에 턱 하니 버티고 있다. 넓디넓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꽃보다’ 시리즈. 이 오로지 편집만 하고 간신히 몸을 누울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꽃보다’ 시리즈가 최종적으로 다듬어진다.

수장 나영석 PD가 큰 그림을 그리고 총지휘를 한다면, 두 명의 조연출은 현장에서 연출을 돕고 편집을 맡는다. 이들은 세세하게 살을 붙인다. 이 PD들은 현장 연출 뿐 아니라 우리가 ‘꽃보다 청춘’을 보며 웃고 우는 자막과 음악 삽입 등의 전체적인 편집을 맡는다. 이후 나영석 PD가 최종적으로 편집을 한다.
또 다른 주역 최재영과 김대주 작가도 빼놓을 수 없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부터 지금의 ‘꽃보다’ 시리즈까지 이들의 손을 거쳤다. 메인 작가 이우정과 프로그램의 큰 주춧돌부터 작은 마감재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물론 다들 오해하기 쉽다. ‘1박2일’부터 ‘꽃보다’ 시리즈까지.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니까, 작가들은 무슨 일을 하나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노는 게 아니냐는 짓궂은 질문, ‘꽃보다 청춘’ 제작진과의 인터뷰의 시작도 그랬다.
최재영: 첫 번째 질문으로 나올 줄 알았어요. 하하. 소위 말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현장이 중요하죠. 제작 단계에서 있어서 만들기 전 상황, 만드는 과정, 후반 작업까지 PD와 작가가 파트너처럼 협업이 많아요. 작가가 뭐하냐고 물어보시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같이 상의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같이 의견을 제시하죠.
김대주: ‘꽃보다’ 시리즈도 그렇고 ‘1박2일’도 그렇고 작가와 PD가 프로그램 하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게 회의거든요. 그 다음이 답사예요. ‘꽃보다’ 시리즈가 갔던 길은 사실 PD, 작가가 가본 곳이 대부분이죠. 저희도 라오스 답사는 적은 돈으로 했어요. 그 친구들처럼 저렴한 숙소를 찾아가보고, 예약도 없이 다녀봤죠. 길거리에서 먹어보고, 저희가 다 했던 거예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꽉 짜인 구성은 할 수 없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깐 현장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답사를 해요. 글보다 몸으로 하는 게 많죠(웃음). 작가는 뭐하냐고 한다면, 그런 일을 주로 해요. ‘1박2일’ 때는 어묵에 캡사이신을 바르고 먹을만 한지 먹어본 게 저희죠. 까나리 액젓의 비율 같은 것 저희가 정했어요. 방송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사전에 해보는 거죠. 작가가 해봐야, PD가 해봐야 현장에서 제작을 할 수 있어요.
 
최재영: 드라마 작가와 달리 저희는 현장에 따라다니고 PD들이 편집을 할 때 의견을 제시하죠. 제작의 A부터 Z까지 함께 하는 거예요. 작가들이 정확히 ‘이런 걸 한다’고 말씀드리기 애매하죠. 출연자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놀 수 있을지, 놀이터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해요. 사실 저희도 뭐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작가를 10여년 했는데 처음에는 예능에도 대본이 있었거든요. 그땐 대본을 썼는데 어느 단계부터 대본을 안 쓰게 됐죠. 특히 저희가 하는 노동 집약적인 예능에서는 대본이 없어요.
‘꽃보다 청춘’은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자막과 음악이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예능을 드라마처럼 연속적인 이야기로 끈끈하게 묶는, 그래서 스타들의 여행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다가오게 하는데 있어서 자막과 음악은 상당히 큰 힘을 발휘한다. 아기자기하면서 섬세한 자막과 감성을 울리는 음악은 ‘꽃보다’ 시리즈의 자랑이자 이제는 이 프로그램이 구축한 브랜드가 됐다.
이진주: 처음 ‘꽃보다 할배’에서 선생님들과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게 의외로 귀엽다는 거였어요. 시청자들이 제가 느낀 것처럼 선생님들을 귀엽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자막을 귀엽게 만들었어요.
이우형: PD마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있어요. 그리고 상황에 맞게 음악을 찾고 넣죠.
최재영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꽃보다’ 시리즈 PD들은 편집할 때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음악을 컴퓨터에 폴더별로 정리해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도록 한다.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드라마로 치면 메인 배경음악으로 선정하는 음악이 있을 수 있다. ‘꽃보다 할배’에서 ‘대지의 항구’나 ‘꽃보다 청춘’에서 ‘너만을 느끼며’가 그랬다. ‘꽃보다 청춘’ 페루 편에는 윤상, 유희열, 이적의 노래로 꽉 채워졌다. ‘꽃보다 할배’는 짐꾼 이서진이 출연했던 ‘참 좋은 시절’ 수록곡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이진주: 뮤지션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제가 들었던 음악을 다른 사람들도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이서진 씨 배경음악으로 최백호 씨 노래가 나온 것은 우연이었어요. 제가 최백호 씨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넣었는데, 바로 ‘참 좋은 시절’에 나오더라고요. 우연이에요.(웃음)
최재영: 페루 편은 고민할 게 없었어요. 출연한 가수들의 노래만 넣어도 됐죠. 윤상, 유희열, 이적 씨 앨범은 음악의 보고잖아요. 그 분들도 본인들 노래가 얼마나 나오나 세고 있더라고요. 윤상 씨가 아기 같아요.(웃음) 자기 노래 나오면 좋아하더라고요.
‘꽃보다’ 시리즈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제작진은 여행이라는 상황을 던져주고, 출연자들을 관찰한다. 시청자들이 궁금한 것은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인 것이냐다. 제작진은 정말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개입하지 않을까.
 
이우형: 손도 안 된다고 보면 돼요. 조금만 옆에서 도와주면 티가 나죠. 난데없이 누군가가 행패를 부리거나 위험상황이 닥치면 저희가 나서야죠.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일단 제 1원칙은 그들이 몰입할 수 있게 개입을 하지 않는 거예요.
하루 종일 카메라가 돌다시피 하니 차마 내보내지 못할 은밀한 부분도 있기 마련.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도 수두룩하다. 도대체 방송은 어디까지 나올까.
이우형: 의도하지 않게 노출신이 많아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에요.
 
이진주: 출연자들이 어느 순간 카메라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죠. 몰입하는 거예요.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웃음) 그들도 3일 정도 되면 잊어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출연자들도 그러는데 선생님들은 더 하죠. 3일 정도 되면 카메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유연석 씨가 그러더라고요.
최재영: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를 인식 못하게 하는 게 제작진의 노하우예요. 그들에게 진짜 같은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어떻게 현장 분위기를 만드느냐가 중요해요. 단순하게 카메라가 숨어 있는 게 아니에요. 촬영 기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출연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죠.
김대주: 라오스 편을 예를 들면 저희가 힘들게 답사를 다녔는데, 다 소용이 없었어요. 스태프가 미리 그 장소에 가서 예쁜 장면 찍어놓고 출연자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막상 안 오는 거예요. 정말 여행 책자에 있는 여행지, 아무 곳도 안 돌아보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저희가 그 여행지를 출연자에게 가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여행은 사람마다 하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라오스 편은 저희가 생각한 것에 비해 일반적인 여행지를 가지 않았어요. 물론 아쉬운 부분이 있죠. 그래도 바로 철수하고 출연자들이 가는 곳을 찍는 거예요. 처음부터 저희 예상대로 될 것이라는 마음을 비우고 가요.(웃음)
‘꽃보다’ 시리즈에 출연한 스타들은 하나 같이 친근하고 인간적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과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 이는 스타들의 성향이 친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스타들의 성향, 흔히 말하는 캐릭터를 제작진이 만드는 것은 아닐까.
김대주: 유연석 씨 캐릭터를 엄마로 잡고 가보자, 이렇게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제작진이 여행 다녀온 후 많은 대화를 하죠. 바로 씨는 너무 신나하더라, 호준 씨는 친근했어, 저희끼리 이런 이야기를 하죠. 어차피 찍어놓고 하는 이야기죠. 촬영 후 편집하면서 생각나는 거예요.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나와요. 의도된 게 아니죠.
이진주: 사람이 24시간 동안 카메라에 노출되면, 당연히 본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캐릭터를 파악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의도한 게 아니라, 친구들 중에서도 누구 떠올리면 바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돼요. 그만큼 오랫동안 함께 있으니까요.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돼 있는 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는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많다. 갑자기 밀려오는 재미와 감동. 이게 ‘꽃보다’ 시리즈의 매력이자, 대중을 소구하는 힘이다. 
 
이진주: ‘꽃보다 누나’ 촬영 때 전망대가 있었어요. 그게 중요한 관광 코스였어요. 윤여정, 김희애, 이승기 씨만 그 곳을 가고 다른 분들은 안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어떤 관광객들을 만난 거죠. 한분이 이미연 씨에게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니깐, 이미연 씨가 울었죠. 사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여행을 찢어져서 하면 불안하죠. 많이 가야지 방송 분량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점에서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나왔어요.
김대주: 라오스 편은 유연석, 손호준, 바로 씨가 잘 놀다온 것 같아요.(웃음) 저희보다 더 잘 놀다왔어요. 연석 씨와 호준 씨가 살짝 의견 충돌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게 제작진이 답사 갔을 때와 비슷했어요. 저는 답사를 갔으니깐 이곳저곳 다 봐야 해서 다른 사람들을 막 끌고 다니죠. 같이 갔던 신효정 PD는 힘들다고 안 간다고 하는 거예요. 숙소 하나 보고 가자고 하죠. 막내 작가는 ‘두 분 싸우지 말라’고 해요. 그래서 세 사람이 각기 달라서 갈등이 있을 때 너무 의외라는 생각을 안 했어요. 다들 비슷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죠. 사실 출연자들보다 제작진이 답사 갔을 때가 더 싸웠을 거예요.(웃음)
세 사람 모두 주변에 있는 캐릭터인 거예요. 호준 씨 같은 경우는 댓글을 봐도 ‘공감의 호준’이라고 하죠. 연석 씨는 여자들에게 ‘워너비’예요. 그 친구는 다 가지고 있어요. 신기해요. 바로 씨는 누가 봐도 막내예요. 라오스 편이 ‘꽃보다 할배’의 울림도 없고 ‘꽃보다 청춘’ 페루 편의 감동은 없죠. 그런데 공감하는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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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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