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배구] '20년 만의 金' 모두가 바랐기에, 모두가 미쳤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0.03 06: 19

메달 색깔만으로는 결코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아온 선수들의 노력, 최고의 성적을 일구기 위해 밤낮 없이 고민을 거듭한 감독 및 코칭스태프들의 열정, 그리고 코트 위의 선수들을 내 몸처럼 아끼며 응원한 팬들의 사랑 같은 것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이 다른 메달에 비해 조금 더 가치있는 이유는,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이끌어낸 '최고의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선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2일 인천송림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배구 결승서 중국을 3-0(25-20, 25-13, 25-21)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에이스 김연경이 26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고, 김희진도 승부처마다 16점을 추가하며 금메달에 디딤돌을 놓았다. 박정아도 8점을 보탰다.

얻은 것이 많은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여자 배구는 지난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아울러 4년 전 광저우 대회 결승서 중국에 당했던 패배도 깨끗이 설욕했다. 수년간 정상의 문을 두들겨왔던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올라선 순간이었다.
눈물겨운 20년 만의 값진 금메달, 그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이날 26득점을 쏟아내며 중국을 무너뜨렸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회 내내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한국을 약속된 우승의 길로 이끌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결코 김연경 혼자만의 성과는 아니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후 김연경은 특유의 시원시원한 미소와 함께 "결승 때는 미친 선수들이 나타나야 이길 수 있는데 그런 선수들이 나타났다"고 우승의 공로를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선구 감독 역시 "6명이 모두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갔다"며 값진 성과를 일군 선수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 말대로였다. 이번 여자 배구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우승을 바랐다. 월드그랑프리와 AVC컵 등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힘든 일정을 연달아 소화하면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실전 테스트로 마음먹고 버텨냈다. 부상을 당해도, 체력이 떨어져도 자기 몫을 하기 위해 의욕을 불태웠다. 모두가 바랐기에, 모두가 미칠 수 있었다.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외부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그토록 바랐기에 따낼 수 있었던 20년 만의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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