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님 부탁합니다".
한국 선수단은 2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9개를 추가해 금메달 73개, 은메달 66개, 동메달 75개로 종합 2위를 더욱 굳혔다.
우선 태권도는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이대훈(22, 용인대)은 남자 63kg급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이대훈은 아카린 키트위자른(태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2라운드만에 18-2, 점수차 승리(2라운드 이후 12점 차 이상으로 벌리면 자동 승리)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경기를 펼치는 동안 이대훈은 모두 점수차 승리를 챙겼다. 공격적인 태권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키트위자른을 상대로 3점 짜리 머리 공격을 5차례나 성공한 것을 비롯해 돌개차기, 앞발 찍기 등 화려한 기술을 잇따라 선보이며 관중석을 들썩이게 했다.
이대훈은 "재미없다고 평가받는 태권도의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보여서 즐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또 효자종목 볼링도 이날 경기서만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보탰다. 이나영(28, 대전광역시청)은 4관왕, 박종우(23, 광양시청)는 3관왕에 올랐다. 이들은 각각 여자, 남자 마스터스 스탭래더에서 금메달을 추가로 가져갔다. 손연희(30, 용인시청)도 동메달로 선전했다.
이나영은 이번 대회에서 전체 5번째로 4관왕에 등극했다. 한국 선수로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양궁의 양창훈과 테니스의 유진선 그리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황선옥(볼링)에 이어 통산 4번째 4관왕이다.
비인기종목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나영은 대회 MVP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다. 관심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날 온통 관심은 손연재(20, 연세대)에 쏠려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과 함께 이쁜 외모까지 갖춘 손연재는 한국 선수단 최고의 스타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전에서 곤봉(18.100), 리본(18.083), 후프(18.216), 볼(17.300) 총점 71.699점을 획득했다. 볼을 제외하면 모두 18점이 넘는 고득점을 획득한 손연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손연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아쉬움을 풀고 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이미 많은 관심을 받은 가운데 김종 문화관광부 차관도 그를 찾았다. 아시안게임에서 시상식을 맡은 김 차관은 직접 손연재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다.
공교롭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쉬움도 분명하다. 특히 안중근 의사 초상화 논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던 상황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2일 "지난달 열린 축구 한일전 경기에서 우리나라 응원단이 안중근 의사의 대형 초상화 걸개를 내건 일에 대해 일본 선수단이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왔다.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적 이념이 표출되어선 안되기에 일본 측에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안중근 의사는 초대 조선총독부 총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암살한 독립운동가다. 단순히 안 의사의 초상화를 들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위는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 문제에 대해 문광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미 한일전에서 발생했던 것에 대해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고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광부의 수장인 김종 차관이 손연재의 경기장을 찾았다면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관심이 부족한 종목과 선수들을 찾았다면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안중근 의사 초상화에 대해서도 정확한 입장을 내놓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폐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개막식 행사서도 역사관점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총책임 기관이라 할 수 있는 문화관광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김종 차관은 여러가지 문제가 부각되자 현장을 찾아 실무자들에게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특별히 없었다. 그래서 드는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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