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인터뷰] 윤지웅, “아직 만족 못해...내년 더 잘할 것”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0.03 06: 00

2년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이제는 좌투수 윤지웅(26)을 빼고 LG 트윈스 최강 불펜진을 논할 수 없다. 윤지웅은 단순히 좌타자만 잡고 내려오는 원포인트 릴리프가 아닌, 경우에 따라선 우타자도 상대하며 1이닝 이상도 소화한다. 과감한 몸쪽 승부와 각도 큰 슬라이더, 그리고 강한 승부근성으로 LG 불펜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9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윤지웅을 만나 올 시즌을 돌아보고 시즌 막바지에 대한 각오를 들었다.
윤지웅은 2011시즌 후 FA 이적한 이택근의 보상선수로 넥센에서 LG로 이적했다. 그러나 이미 경찰청 입대가 결정된 상황. 때문에 LG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기태 감독은 “우리가 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수를 선택했다. 당장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생각한 결정이었다. 내가 LG 감독으로 있을 때 성적이 나는 것도 좋지만 미래에도 좋은 선수가 있어야 팀에 도움이 된다”며 2년을 기다려야 하면서도 윤지웅을 선택한 배경을 전한 바 있다.
윤지웅은 경찰청에서 2년 동안 선발투수부터 마무리투수까지 거의 모든 보직을 소화하며 맹활약했다. 그리고 지난해 전역 후 곧바로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 비로소 LG 유니폼을 입고 2014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기대했던 대로 교육리그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애리조나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1군 엔트리 진입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고 나니 흔들렸다. LG 데뷔전이었던 4월 11일 잠실 NC전에서 2⅓이닝 2실점했다. 4월 25일 1군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1군 성적은 6경기 5이닝 소화에 5실점. 표본은 적지만 평균자책점이 9.00에 육박했다.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구위와 밸런스도 정말 좋았다. 그런데 이게 독이 된 것 같다. 전역했으니까 더 잘 던지려고 무리했다. 경찰청에서 2년 동안 많이 던진 게 누적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모르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않았다. 마냥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만 강했다. 결국 오버페이스가 왔다. 2년 동안 고대했던 시즌이 시작됐는데 전혀 좋은 공이 안 나오더라. 심지어 원하는 곳에 던지지도 못했다. 스트라이크 던지기가 급급한 상황이었다. 내가 투수가 맞나 싶었다. 그야말로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준비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윤지웅은 투구밸런스를 되찾기 위해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했다. 주위에 끈임 없이 조언을 구하면서 훈련에 임했다. 1군에서도, 그리고 2군에서도 윤지웅은 가장 늦게 집을 향했다.
“일단 많이 물어봤다. 대화란 게 참 좋다. 대화를 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얻을 수 있다. 나 혼자서는 10가지만 생각하는데 대화를 통해선 100가지도 생각할 수 있다. 여러 방법을 듣고, 이중 내가 잘 선택하면 된다. 특히 원정 룸메이트인 (류)제국이형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국이형과는 투구 스타일도 다르고, 구종 잡는 그립도 다르다. 하지만 다른 만큼 얻는 게 더 많았다. 조언을 구한만큼이나 연습을 많이 했다. 뭐든 해봐야 안 되도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을 많이 던졌다. 1군에 있을 때는 경기 끝나고 나서 실내연습장에서 많이 던졌다. 밤 11시가 넘어간 적도 많았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 기회에 나만의 루틴, 나만의 컨디션 조절법을 만들기로 했다.”
윤지웅의 1군 복귀는 5월 13일, 양상문 감독의 첫 경기와 함께 이뤄졌다. 양 감독은 취임식부터 윤지웅을 두고 “꾸준히 지켜본 투수다. 지난겨울 캠프에서도 지웅이가 던지는 연습경기를 봤는데 타자를 잡을 줄 아는 투수란 인상이 강했다. 앞으로 우리 팀 불펜진의 주축 선수로 자리할 것이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윤지웅은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더니 얼마안가 LG 불펜진 필승조가 됐다. 특히 윤지웅의 슬라이더는 좌타자에게 난공불락이었다. 스트라이크 존 양 끝을 지나갈 정도로 크게 휘어나갔다. 윤지웅은 1군 복귀 후 41경기 29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중이다. 7월 등판한 11경기서 총합 6이닝 5실점하며 주춤했으나 금방 제자리를 찾았다.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서 밸런스도 다시 잡혔고, 구위도 원했던 만큼 나왔다. 주무기가 슬라이더인데 그러다보니 7월 정도부터는 상대 타자들이 슬라이더를 각별히 의식했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섞었다. 몸쪽 구사비율도 높였다.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는 게 도박이고 나 역시 부담스럽다고 느낀다. 그래도 과감하게 던져야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최대한 발휘해야 타자를 이길 수 있다. 슬라이더 역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윤지웅이 올라서면서 LG 불펜진은 전원 필승조 형태를 갖췄다. 셋업맨 이동현-마무리투수 봉중근만 승리공식을 쓰는 게 아닌, 윤지웅 신재웅 유원상 정찬헌 모두가 승리를 지킨다. 지난해 리그 최강 불펜진으로 돌아왔고, 자연스레 팀 성적도 치솟았다. 6월 중순까지 최하위에 자리했던 LG는 6월말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가더니 8월 22일에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에 도달했다. 시즌 종료까지 10경기가 남은 지금 시점까지 단 한 번도 4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윤지웅은 자신의 활약이 ‘이미지 트레이닝’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대학생 때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심리학 책을 읽다가 이미지 트레이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다. 직접 심리학 책을 쓰신 교수님을 찾아가서 이미지 트레이닝 방법을 듣기도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둬야 실전에서 적극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래서 당장 붙을 상대부터 향후 붙을 상대까지 다 이미지트레이닝을 해놓는다. 자기 전에 다음날 상대할 만한 타자들 데이터는 다 파악하고 이미지트레이닝에 임한다. 세세하게 이 타자가 어느 코스에 약한지, 어느 타이밍에는 역으로 던졌을 때 효과가 있을지를 고민하고 정해둔다.”
역시 윤지웅의 머릿속에는 남은 10경기, 그리고 10경기를 무사히 치른 후의 포스트시즌도 그려져 있다. 심지어 준플레이오프까지 시나리오를 마친 상태다. 일단 윤지웅은 남은 10경기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발휘할 계획이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상대로 유력한 NC전에선 나름의 필승 전략을 보여주려고 한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딱히 답이 안 나오는 타자는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안심했다가 안 맞아야 하는 타자에게 맞곤 했다. 열심히 준비했던 타자는 잘 잡아왔다. 당장 10경기가 중요한 만큼, 시즌 끝까지 팀에 도움이 되겠다.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처음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관중들 많이 오시고 관심 많이 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큰 무대서 NC와 붙는다면 더 잘할 자신이 있다. 참고로 대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성범이에게는 한 번도 안타를 맞은 적이 없다. NC 좌타자들 공략법을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윤지웅은 올 시즌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겠다고 했다. 1군 풀타임 첫 시즌부터 팀의 주축으로 올라섰음에도 아직 만족할 수준에 닿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팀 성적이 곧 자신의 성적이라며, 일단 올 시즌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운 것에 의의를 둔다고 했다. 덧붙여 내년에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장 내 자신에게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점수를 줄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 사실 올 시즌에 앞서 선발투수로 나간다면 평균자책점 3점대 중반, 불펜투수면 2점대 후반이나 3점대 초반을 목표로 삼았었다. 그런데 초반에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목표에서 한참 멀어져버렸다. 그래도 지금 3.67까지 왔다. 앞으로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낮춰가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보다 팀이 잘 되어야 한다. 팀이 잘 되면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내년에는 정말 내 자신이 만족할 만큼 잘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 올해 많이 배운 만큼, 올해 경험을 토대로 내년 준비는 확실히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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