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들이 준 마지막 선물은 달콤했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를 봐라봐야 할 때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이 20년 만에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은 2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중국을 70-64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후 무려 2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한국은 3쿼터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간을 졸였다. 4쿼터 한국은 이미선의 경기조율, 변연하의 슈팅, 신정자의 골밑장악이 더해지며 점수 차를 벌렸다.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모든 선수들이 코트로 들어와 서로 얼싸안았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중국은 허탈한 패배를 맛봤다.

한국의 주역인 변연하(34, KB국민은행), 신정자(34, KDB생명), 이미선(35, 삼성)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노장들이다. 여기에 강영숙(33, 우리은행)과 임영희(34, 우리은행)까지 한국에는 은퇴를 앞둔 노장들이 선수명단 절반가까이를 차지했다. 하은주(31, 신한은행) 역시 뛸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젊은 피들이 ‘언니’들을 실력으로 밀어내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농구의 저변이 워낙 얇다보니 언니들을 능가하는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다.
대표팀에서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빅맨 곽주영(30, 신한은행)과 양지희(30, 우리은행)도 서른 줄이다. 차세대 대표팀의 에이스격인 김정은(27, 하나외환) 그리고 가드 이경은(27, KDB생명)도 결코 적은 나이로는 볼 수 없다. 대표팀의 막내가 여전히 김단비(24, 신한은행)와 박혜진(24, 우리은행)이라는 점은 얼마나 ‘고령화’가 심각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선 등 ‘언니’들은 이제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더 이상 언니들만 믿고 농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표팀은 이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단계적인 리빌딩에 돌입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20대 초중반 선수들의 기량 발전속도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린 나이에 최고로 성장한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베테랑들이 빠졌을 때 대표팀의 경기력이 급속도로 떨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2군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홍아란, 신지현, 박지수 등은 차세대 국가대표로 충분한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들이 하루 빨리 성인대표팀에 합류해 언니들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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