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잘한 덕분에 제가 화제가 되네요".
롯데 내야수 황재균(27)은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는 데 있어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결승 대만전에서 4-3으로 리드한 8회 2타점 쐐기 적시타를 터뜨리며 스타로 떠올랐다. 황재균의 활약과 함께 지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테니스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그의 어머니 설민경씨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내 최초 금메달 리스트 모자가 돼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설민경-황재균 모자가 화제가 되자 롯데 구단은 어머니 설민경씨를 3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시구자로 초대했다. 과거 LG 봉중근의 아버지가 시구를 한 적이 있는데 선수의 어머니가 시구를 하는 건 보기 드문 일. 설민경씨는 이날 오전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 시작 1시간20여분을 앞두고 사직구장에 도착했다. 팬 사인회를 준비하던 아들 황재균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모습을 드러내 1루 롯데 덕아웃에 함께 했다.

1년 만에 사직구장을 찾았다는 설민경씨는 "야구장에 거의 오지 않는다. 내가 경기를 보면 롯데가 지는 징크스가 있다. TV도 잘 안 본다. 작년 시작구장에 왔을 때도 졌다"며 "아들이 잘 하는 바람에 저도 화제가 돼 기분이 이상하다"고 갑작스런 유명세에 어색해 했다.
이어 설씨는 "제가 시구를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시구 결정이 난 이후부터 소화가 잘 안 되더라"고 생애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긴장감을 드러냈다. 아들 황재균은 "엄마가 창피만 안 당하셨으면 좋겠다. 패대기라도 치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씨는 "저만 화제가 돼 재균이 아버지가 말은 안 해도 서운해 하는 것 같다"며 "재균이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거의 스케쥴을 짜고 키웠다. 학교 오가는 것부터 중요한 대회가 있을 때 헬스장에 붙들어놓고 훈련을 시키며 먹는 것까지 하나하나 챙겼다. 재균이는 아버지에게 감사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시구 직전 어머니에게 공 잡는 그립법까지 세심하게 가르쳤다. 설씨는 아들의 유니폼을 입고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 앞으로 내려와 아들이 보는 앞에서 힘껏 공을 던졌다. 짧은 거리였지만 원바운드되지 않고 포수 미트로 향했다. 설씨는 아들 황재균의 박수를 받으며 함께 기뻐했다. 금메달 모자가 야구장에서도 함께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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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