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래퍼 MC스나이퍼는 지난달 발표한 새 미니앨범 '비카이트 원(B-Kite 1)'을 '자가치료용 음반'이라고 불렀다.
치밀하게 전략을 짜도 음원차트 1위를 할까 말까한 마당에 앨범에다 '자가 치료'를 했다니,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MC스나이퍼는 아주 흡족한 '치료'였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그는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슬럼프를 '탁' 털고, 다시 뛰어보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고도 했다.
다음은 다이어트 전도사가 돼서 나타난 MC스나이퍼와의 인터뷰다.

- 자가 치료용이라니요.
"화나면 인형이라도 갖다놓고 때리고 하잖아요. 그런 앨범이에요."
- 시원해졌어요?
"할 얘기는 하고 살아야겠어요. 사실 요즘 힙합이 할 얘기를 맘껏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바닥이 좁고 하니까 건너 건너 다 알고요.(웃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죠."
- 치료가 필요하게 된 그 첫 시점은 언제일까요.
"6집 앨범이 망하면서 슬럼프가 본격적으로 왔어요. 마침 매니저가 떠나가겠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혼란이 왔어요. 음악은 되게 열심히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한테 많이 치였어요. 제 나름대로는 극복하려고 엠넷 '쇼미더머니'도 나가고 했는데, 그 상처가 치유가 안되더라고요. 복합적인 문제죠. 아웃사이더 문제도 그렇고. 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다른 소속 가수들은 서로 합의 하에 좋게 보내주기도 했는데,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뭔가 잘못 된 건가."
- 우울증이 왔군요.
"염세주의 패배주의 그렇게 가게 되더라고요. 술로 이어지면서, 슬퍼지면서 그 코스 있잖아요. 그러면서 불면증이 오고 심각한 음악적 결벽증이 왔어요. 음악을 즐기면서 해야되는데 '음악으로 다 엎어버려야돼' 이렇게 되니까. 그런 능력도 없는 놈이. 2~3일씩 잠을 못자는 경우도 많았어요."
-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그런데 슬럼프라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한겨울에서 갑자기 봄이 돼요. JK김동욱이랑 KBS '불후의 명곡'에 나가게 됐어요. 그것도 주위 권유로 어렵게 나갔거든요. 그런데, 오, 무대에 서니까 또 마음이 괜찮아져요. 그래서 일단 자가치료용으로, 그동안 작업하다 말았던 곡들을 다 꺼냈죠."
- 아웃사이더를 대놓고 언급한 곡도 있던데요. 그런데 사실 같이 싸우면 형이 불리하잖아요.(웃음)
"그냥 할 말을 했죠."

- 소속사를 끌어오면서 힘든 점도 많았죠? 아웃사이더 건 뿐 아니라.
"다른 장르는 모르겠는데, 힙합은 요즘 좀 이상해요. 그냥 까고 디스하면 멋인 줄 알고. 계약이 끝나고 안끝나고를 떠나서 그냥 SNS에 막 까는 거예요. 아직 사고방식이 영글지 않아 보일 때가 있어요."
- 힙합은 그렇게 또 까주는 재미(?)가 있지 않나요.(웃음)
"아니죠. 철학이죠. 원래 의식이 있었어요. 나름의 자기가 해야 할 얘기가 뭔지 알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요. 요즘 힙합은 여자, 마약, 돈, 자동차 얘기만 해요."
- 그런데 이번 타이틀곡 '콜라병'도 여자 얘기 아니에요?(웃음)
"하하하. 그런가. 그건 와이프한테, 프러포즈송. 물론 여자 얘기 할 수 있죠. 그런데 적어도 삶 속에 여자 마약 돈이 들어가야되는데 요즘 노래는 여자 마약 돈 안에 삶이 들어간 느낌."
- 현대인들이 다 그렇죠, 뭐.
"그래도, 최소한의 도덕성은 있었는데.(웃음) 뭔가를 뺏고, 뒤통수를 치는 것도 승리를 위해서라면 멋있다, 그런 생각이 만연한 것 같아요. 그냥 저는 힙합이 보다 더 시대를 반영했으면 한다는 거죠. 여자, 돈 밖에 없을까요 지금 이 시대가? 다른 것도 다뤘으면 한다는 거예요."
- 그런데 성공한 사람이 힙합을 하는 게 꽤 어렵긴 한 거 같아요.
"그렇죠. 옛날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죠. 강자보다는 없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강했고. 나도 없이 살았으니까. 그런데 돈을 버니까 그런 시선은 아무래도 사라지더라고요. 그러면서 계속 정의로운 척 노래하는 게 좀 창피해져요. 약한 사람이 시선에 들어와도 함부로 그걸 노래로 못부르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냥 내 얘기만 하게 되는 거죠. 트렌드도 좀 보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저는 오로지 제 사연에만 몰두했던 거 같아요."
- 이제 흥행 공식을 좀 더 유심히 보시겠어요. 아이돌과의 콜라보라던가.
"아이돌? 제가 어울릴까요. 말랑말랑한 힙합은 오히려 제가 옛날에 그걸로 욕을 많이 먹었던 터라. 스나이퍼로 힙합에 입문해서 다른 가수로 갔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건 좀 슬퍼요."
- 주위 뮤지션들도 조언 많이 하죠?
"한 앨범에 20곡씩 넣고 하니까, 답답해들 하죠. 사람들은 크게 의미도 안갖는데 저 혼자 앨범에 목숨걸고.(웃음) 생각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후배 가수들도 어떻게 하나 유심히 보고요."
- 그래서 복근도 만드신건가요.
"정신무장용 다이어트죠. 거울 속에 쳐진 살들과 부어있는 얼굴을 봤을 때, 정말 패배주의 끝을 가더라고요. 그런데 다이어트 한번 하니까 진짜 자신감이 생겨요. 배에 복근 있으니까 계속 벗고 다니고.(웃음) 지금은 다시 요요가 와서 6kg 불긴 했는데, 또 빼야죠."
- 어떻게 뺐어요?
"하루 종일 물이랑 아메리카노만 먹는 거예요. 그럼 자기 전에 배가 무지 고픈데, 그때 안심 스테이크를 먹는 거지."
- 그게 뭐예요.(웃음)
"효과 좋아요. 난 이제 체육관도 하나 차리려고요. 크로스핏, 다이어트 권투 등 프로그램 마련해서 운동도 같이 하고 할 거예요."
- 또 요즘 취미 활동으론 뭐하세요?
"블로그 열심히 해요. 저는 행사 때문에 전국을 다 돌아다니니까, 맛집 정보가 어마어마해요. 동네 형이 알려주는 맛집, 자취 노하우 콘셉트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이제 자가 치료는 끝났으니, 새 앨범이 자주 나오겠어요.
"그럼요. 앞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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