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아들 황재균, 어머니 징크스 깼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0.03 17: 10

자랑스러운 아들다웠다. 롯데 황재균(27)이 어머니 설민경씨의 징크스를 깼다.
한화-롯데전이 열린 3일 사직구장. 이날 경기 시구는 황재균의 어머니 설민경씨가 맡았다. 황재균이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앞장서며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테니스 복식 금메달 출신 어머니 설민경씨도 주목받았다. 한국 최초 아시안게임 금메달 모자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다.
그 의미를 더하기 위해 이날 설민경씨가 아들의 홈팀 롯데의 특별 시구를 맡았다.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롯데 덕아웃을 찾아 아들과 해후한 설씨는 "아들이 잘해준 덕분에 저도 화제가 됐다"며 쑥스러워한 뒤 "아들이 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랑스럽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설씨는 아들의 지도를 받아 힘찬 시구로 롯데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시구 위해 사직구장을 찾으면서 한 가지 걱정에 사로잡혔다. 경기를 보면 롯데가 지는 징크스 때문. 설씨는 "야구장에 거의 안 온다. 제가 보는 경기에 팀이 진다. 작년에도 사직구장에 왔었는데 졌었다"고 내심 불안해했다.
시구를 마친 설씨는 백스톱 뒤 지정석에서 아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달갑지 않은 징크스 때문에 노심초사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어머니 앞 아들의 힘은 위대했다. 1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한 황재균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롯데의 15-3 대승을 견인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황재균은 그러나 2루 도루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2회 1사 1·2루 찬스에서 유창식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아웃됐다. 어머니 앞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 힘이 들어간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황재균이 금메달 리스트이자 자랑스런 아들의 힘을 보여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회 2사 1·2루 찬스에서 정대훈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작렬시킨 것이다. 맞는 순간 큰 타구임을 직감한 어머니도 박수치며 환호했다.
4회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6회 1사에서 다시 우중간 떨어지는 안타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전날 한화전 2루타 2개 포함 5타수 4안타 3득점 활약에 이어 연이틀 맹타. 아시안게임 이후 3경기에서 13타수 7안타 타율 5할3푼8리 4타점 불방망이로 금메달 기세를 계속 이어갔다.
경기 후 황재균은 "어머니께서 경기를 보러오신 날에는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아 걱정했다. 그런데 오늘은 안타도 치고, 타점도 올리며 팀이 승리했다. 징크스를 깬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야구공을 평생 처음으로 쥐어본 어머니셨지만 시구는 파워풀하게 잘 던지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 후에는 아버지가 내려오셔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며 모처럼 한가족이 모인 것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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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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