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은 이번 대회 많은 선수들이 선전했음에도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아시아 정상권에 근접한 선수들은 많았지만 정상에 오른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가 한국 육상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받아든 성적표다.
하지만 실망만 할 일은 아니다. 경보에서는 3개 종목 모두 메달을 가져오는 등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종목에서 조금씩 메달을 캐냈다. 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뒷받침된다면 육상이 탄탄한 기초종목으로 발전해 나갈 여지도 충분하다.
▲ 인천 육상의 최고 스타 여호수아

인천 토박이인 여호수아(27, 인천시청)는 한국 육상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여호수아는 이번 대회 남자 200m 동메달에 이어 1600m 계주에도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는데, 극적인 은메달이 탄생한 것은 여호수아의 공이었다.
우선 200m에서는 순수 아시아인으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여호수아는 남자 200m 결승 경기에서 20.82의 기록으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육상의 전설인 장재근 이후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단거리 종목에서 나온 메달이었다. 또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의 귀화선수들을 빼면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이어 1600m 계주에서도 막판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은메달을 놓고 다투던 한국은 마지막 주자 여호수아가 머리를 내미는 투혼을 발휘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똑같은 3분04초03에 들어왔으나 간발의 차로 앞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쳐서 앞으로 나가기도 힘든 상황에 나온 여호수아의 투지가 빛났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여호수아는 한국의 폐회식 공동 기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 육상의 효자종목 경보
이번 대회에서 경보는 한국 육상의 희망이었다. 한국은 경보에 속한 3개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얻었다. 시작은 김현섭(29, 상무)이었다. 김현섭은 남자 경보 20km 경기에서 1시간21분37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왕전(중국, 1시간19분45초), 스즈키 유스케(일본, 1시간20분44초)에 이은 3위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전영은(26, 부천시청)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여자 경보 20km에서 1시간33분18초를 기록한 전영은은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박칠성(32, 삼성전자)은 경보에서도 가장 힘든 종목인 남자 경보 50km에서 3시간49분15초로 레이스를 마쳐 다니 다카유키(일본, 3시간40분19초)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 목표 달성 실패 속 다양한 종목 메달은 위안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라는 이번 아시안게임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선수들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이 고르게 나온 점이 고무적이었다. 남자 허들 110m의 김병준(23, 포항시청)은 13초43의 기록을 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새롭게 아시아 허들의 강자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임은지(25, 구미시청)는 부활에 성공했다. 부상으로 짧지 않은 방황의 시간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 4.15m를 넘어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임은지는 자신의 최고 기록인 4.35m를 넘어 4.50m을 목표로 4년 뒤 자카르타 대회를 기약했다.
김덕현(29, 광주시청)은 자신이 출전한 두 종목 모두 정상에 근접한 실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김덕현은 먼저 있었던 멀리뛰기에서 마지막 시기에 극적으로 메달권에 진입하며 은메달을 받았고, 세단뛰기에서도 동메달로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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