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배우로만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예능 맞춤형 인재가 나타났다.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3탄 '꽃보다 청춘'에서 흡사 어미새처럼 손호준과 바로를 보살폈던 유연석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지난 3일 방송된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 최종화에서는 라오스를 떠나기 직전까지 있는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 여행을 만끽하는 청춘의 모습이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아침 일찍 '탁발'을 지켜본 칠해빙(칠봉이, 해태, 빙그레: '응답하라 1994' 배역)은 비행기 탑승 직전까지 꽝시 폭포에서 마지막 남은 체력을 불살랐다.
칠해빙의 라오스 여행 마지막날이었던 이날, 유연석은 제작진이 여태껏 여유롭게 여행 경비를 사용하는 자신들을 의심했던 것과 관련해 충격적인 깜짝 고백으로 제작진을 당황케 만들었다. 앞서 방비엥에서부터 숙소를 예약할 때, 제작진이 건넨 현지 지폐가 아닌 스마트폰에 담겨진 '페이팔'이라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다는 것.

결국 여행숙소 비용은 전부 유연석의 사비로 지불된 만큼, 제작진이 초반에 제공한 여행 경비가 마지막날까지 넉넉하게 남을 수 있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는 앞서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이 사용해 선례를 남겼던 '개인돈 물타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격이다. 물론 경비로 사용된 개인돈은 6만 2000원에 불과했지만, 현금이나 카드를 몰래 빼돌리지 않은 채 스마트폰만으로 완전 범죄를 달성했다는 데 그 의미(?)가 남달랐다. 어쨌든 '카드 밑장빼기'를 시도하다가, 별다른 성과없이 제작진에게 발각됐던 유희열보다는 한 수 위다.
나름의 변칙적인 수법을 사용한 걸 고백하면서도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거나 "저희 여기 떠나올 때 제일 크게 속이셨잖아요"라고 오히려 제작진에게 면박을 주는 모습 등은 '포스트 이서진'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모습은 그간 유연석이 배우로만 활동했을 때는 미처 몰랐던 유연석의 또 다른 일면이었다.
라오스를 여행하며 여행 책자를 뒤지며 모든 여행 요소들을 완벽 체크함은 물론, 첫 여행에 설렜다가도 툴툴대는 손호준과도, 한참 어린 막내 바로와도 높은 '케미'를 보였던 그다. 또한 요리는 물론이거니와 가구 제작이나, 화장품 제조 등 흔하지 않은 손재주를 지닌 유연석이야말로 리얼함을 주축으로 하는 최근의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적합한 인재다.
그동안 데뷔 후 연기자로서 한 길을 걸어왔던 유연석이 이번 '꽃보다 청춘'을 계기로 다양한 예능 프로 진출 가능성이 열린 건 사실이다. 유연석이 연기 외적으로 내재된 여러 재능을 뽐낼 수 있는 방송에 투입되어, 또 한 번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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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