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회복’ LG, 최악 일정에도 4강 기적 보인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0.04 06: 45

LG 트윈스가 기적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약 2주간의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마친 후 첫 경기서 11-5 대승을 거뒀다.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듯, 야수들의 몸은 한결 가벼웠고, 투수들도 마음껏 공을 던졌다. 마치 다시 시즌 개막을 맞이하는 것처럼, LG 선수들 대부분이 100% 컨디션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물론 LG만 휴식기에 들어갔던 것은 아니다. 다른 팀들도 똑같이 약 2주를 쉬었다. 그런데 LG는 어느 팀보다 베테랑 선수들의 비중이 높다. 부상에 시달리던 베테랑 선수들에게 천금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리드오프 정성훈은 재개되는 시즌을 앞두고 “2주 동안 아픈 부위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 내게는 정말 소중한 2주였다”고 웃었다. 정성훈은 올 시즌 송구에 머리를 맞고, 홈에서 크게 충돌해 무릎을 다치는 등 시즌 내내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LG 양상문 감독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양 감독은 “약 2주 동안 쉬면서 우리 선수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이)동현이와 성훈이는 부상에서 다 낫고, (최)경철이도 체력이 회복됐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돌아온 (유)원상이와 (봉)중근이는 가기 전보다 공이 더 좋아졌다”며 선수단 전체가 아시안게임 기간을 통해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3일 넥센전에서 이병규(9번) 정성훈 이진영 최경철이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박용택은 7회말 만루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동현은 특유의 칼 같은 제구력으로 ⅔이닝을 가볍게 던지며 무실점했다. 유원상은 145km 이상의 패스트볼과 예리하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7회초 위기서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렇게 컨디션이 올라가니 자연스레 경기력도 높아졌다. 세밀한 야구를 통해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작전을 수행했다. 이병규(9번)는 2회말 절묘한 기습번트와 주루플레이로 LG가 역전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오지환은 6회말 히트앤드런 작전을 통해 2루 주자를 쉽게 3루로 보냈다. 최경철은 7회초 위기에서 서건창의 2루 도루를 저지했다. 1사 1, 3루로 1루 주자만 묶어두기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서건창의 도루 타이밍을 간파했다. 일부러 투수가 1루로 견제구를 던지게 한 후, 다음 구에서 2루로 뛴 서건창을 잡았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2주 동안 쉬기만 한 게 아니라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열심히 보완했다. 그동안 우리가 안 됐던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체크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LG는 지난 9월 30일 주자를 베이스에 놓고 라이브배팅을 하면서 진루타를 만들어내는 연습을 했다. 수비 연습 때는 상대 희생번트를 저지하는 내야진 시프트 연습에 집중했다. 좋은 컨디션 속에서 정교함을 추구했다.  
이대로라면 최악의 잔여경기 일정도 극복할 수 있다. LG는 3일부터 7일까지 넥센 NC 삼성을 상대하는 5연전에 들어가 있다. 우천취소가 적어 10경기만 남았고, 이중 8경기가 잠실에서 열리기 때문에 여유 있게 시즌을 마무리할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정반대의 일정을 소화 중이다. 반대로 함께 4위 경쟁을 하고 있는 SK는 2연전 후 하루 휴식, 3연전 후 3일 휴식 등 더없이 편한 일정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마운드 총력전을 통해, 5연전을 돌파하려고 한다. LG의 최대 장점인 양질의 불펜진을 앞세워 투수들을 과감하게 등판시킬 생각이다. 3일 경기서 코리 리오단을 5회를 앞두고 교체, 서둘러 불펜진을 가동하면서 넥센 중심타선을 묶었다. 윤지웅 신재웅 유원상 이동현이 나왔으나, 정찬헌 봉중근은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필승조 6명, 그리고 조커 신정락까지 투수진 운용에서 묘수를 발휘해 경기 내내 안정된 마운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 때 LG는 5할 승률 ‘-16’까지 찍으며 최하위서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어느덧 ‘-3’까지 왔다. 남은 9경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4위 확정은 물론, 5할 승률 회복도 넘볼 수 있다. 선수단 전체가 100% 컨디션으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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