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농구] 열 받은 하다디 인터뷰 거부...라커룸에서 무슨 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04 09: 06

“노, 노코멘트”
아시아최강이라는 타이틀을 한국에 빼앗긴 뒤 자존심이 상한 하메드 하다디(29)의 유일한 한마디였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3일 오후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과 접전 끝에 79-77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02년 부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1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정상을 밟았다. 아울러 한국농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남녀가 최초로 동반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달성했다.

전략과 투지의 승리였다. 유재학 감독은 하다디 봉쇄에 온 전력을 기울였다. 삼중수비를 해서라도 하다디를 막고 나머지 선수들의 슈팅은 운에 맡기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적중했다. 제아무리 하다디라도 삼중수비를 뚫고 올라가는 것은 무모했다. 조성민, 김태술 등 가드들은 하다디의 공을 아래에서 긁어내고, 위에서 쳐냈다. 하다디는 파울을 호소하며 심판을 쳐다봤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초반부터 하다디가 열을 받으면서 자유투를 놓쳤다. 한국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니카 바라미가 전반에만 21점, 총 30점을 퍼부었지만 승리는 한국 것이었다. 바라미가 마지막에 던진 역전 3점슛은 불발됐다. 전반에 체력을 너무 많이 쓴 탓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하다디 수비에 대해 “선수들이 잘했다. 내가 뭐 한 게 있나. 세계선수권에 가서 몸싸움에 대한 요령을 익혔던 것이 주효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바라미에 대해서는 “걔는 정말 방법이 없더라. 다행히 후반에 체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날 이란 체육부 장관과 패트릭 바우만 국제농구연맹 사무총장까지 와서 직접 경기를 관전했다. 둘 모두 이란의 패배가 확정되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했다고 한다.
패배가 확정되자 열이 받은 하다디는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몇몇 이란 선수들은 그대로 코트에 주저앉았다. 라커룸으로 향하며 우는 선수도 있었다. 바라미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일부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분을 삭이지 못했다. 시상식을 위해 이란 선수들은 억지로 다시 코트로 나왔다. 자존심이 상한 하다디는 은메달을 받고도 목에 걸지 않았다. 버스로 향하기 전 믹스트존에서 하다디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대답은 “노” 한마디였다.
초상집 이란과 달리 한국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라커룸에서 오세근은 “오늘 내가 다 쏠게!”라며 조기 전역의 기쁨을 누렸다. 승리의 주역 김종규는 “형님들 감사합니다”라며 일일이 고개를 숙였다. 맏형 김주성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둘 다 짜릿하다. 그 때는 중국의 벽이 더 높았다. 기회가 왔다. 4쿼터에 불안했지만 2002년의 느낌이 났다. 그 짜릿함으로 금메달을 땄다”면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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