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데뷔곡 '봄봄봄'의 큰 성공과 연이어 터진 표절설로 롤러코스터를 탔을 그는 오는 8일 1년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 '홈'을 통해 이제야 번잡했던 심경을 풀어놓았다. 그동안 의연하고, 오히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그가 한없이 침잠하는 듯한 감성의 '홈'을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것은 의외이면서 당연해보인다.
원래 달달한 건 '오글거린다'는 그는, 이제 오롯이 자신의 감성을 꺼내들었다고 했다. 개그맨을 꿈꿀만큼 쾌활했던 그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쾌했지만, 음악 얘기만큼은 진지했다.

- '홈'이 타이틀곡으로는 좀 의외인데요.
"나머지 수록곡 9곡을 연결해줄 수 있는 노래예요. 음악 작업을 할 땐 타이틀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닌데 그냥 끌렸어요."
- 많이 어두워지기도 했고요.
"1집 같은 경우는 마냥 행복한 감정이었죠. '행복하세요'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프고 그런 공감대는 형성하지 않은 '행복하세요'였어요. 2집은 아픔과 고충에 대한 게 들어있어요. 제가 겪은 무엇이든. 또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힘듦이 있는 거 같아요. 뉴스만 봐도 어떤 사연에 대해서 공감을 하기보다는 '나도 힘들다'고 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나도 그래왔고. 남의 힘듦까지 공감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가족은 각자의 힘듦이 있음에도 나머지 일원들을 챙겨주잖아요. 그래서 타이틀도 '홈'이 됐어요. 미국에서 쓴 거라, 한국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고."

- 그런데, 로이킴씨가 힘들어한다는 건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방송 활동도 다하고. 의연해 보였는데.
"당연히 저도 복잡했었죠. 그랬지만 사실 제 팬 분들도 계시고 가족들도 더 걱정하고 있을텐데 그런 티를 내면 그들한테 민폐인거 같았어요. 사실 위로를 바라는 거 자체가 죄송하잖아요. 기타도 치고 해야 해서 미국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안되겠더라고요. 형들이 있는 기숙사로 들어가서 눌러앉았죠. 8개월 동안 소파에서 잤어요."
- 그런데, 이번 앨범도 자작곡으로 채워졌는데. 부담은 없었어요?
"꼭 자작곡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노래가 나온다 싶으면 작업했어요. 결국 좋은 음악만이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더라고요. 고민해볼 겨를 없이 하나씩 채워졌어요."
- 주위에선 반응이 어땠어요?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1집 때도 차트를 노리자고 한 건 아니에요. 이번에도 그냥 제가 듣기 좋은 음악이 다른 사람 귀에도 듣기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다만 좀 더 무겁긴 해요. 아직은 어리지만 세상에 대한 어린 입장에서의 생각이나 고민을 담아냈어요. 일부러 더 여유를 갖고 곱씹으면서 하나씩 작업했어요."
- 앨범이 많이 우울한 봐요.
"약간 우울합니다. 조금 무겁고. 물론 편한 노래도 있고요. 그런데 앞으로 제 레퍼토리에 '봄봄봄'보다 더 샤방한 게 나올 것 같진 않아요. 더 달달한 건 제가 하면서 막 오그라들어요.(웃음) 이번 앨범은 제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서 표출이 된 것 같아요. 혼자 잠시 살았을 때 감정이 컨트롤이 안되더라고요. 한국 뉴스 계속 보게 되고."
- 기사, 댓글 다 봤어요?
"네."

- 사람이란 게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잖아요. 작곡을 하고 나서 자기 검열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 같은데요.
"너무 행복하면, 기타를 덜 잡게 되더라고요. 생각이 많고, 행복과 거리가 있을 때 기타를 찾게 돼요.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제가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신곡이 뭔가 위로를 주는 듯한 느낌이 나는군요.
"그렇죠! 딱 아시네요."
- 그런데 신기하긴 해요. 시련을 겪었던 뮤지션들 중에선 완전히 슬럼프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많거든요. 당분간 단 한줄도 못쓰는.
"저는 그 무엇도 음악보다 재밌진 않은 거 같아요. 사실 꿈은 더 많긴 했죠. 개그맨도 되고 싶었고, 바리스타도 관심있고. 그런데 정말 음악이 재미있었어요. 공부는 의무감에 하는데, 그냥 그렇게 공부하고 취업했다면 지금만큼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음악을 때려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어요. 어떤 음악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은 컸지만요. 이대로 그만두면 자존심도 상할 것 같고요. 절 응원해주신 팬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요."
- '오늘부터 출근' 보니까 회사원도 잘할 것 같던데요.
"아, 정말 어려웠어요.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 예능, 연기 등 영역 확장에도 관심 있어요?
"네. 예능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해보고 싶긴 해요. 연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굉장한 희열일 것 같아요. 저는 이승철 선배님 뮤비에서 잠깐 아주 어색한 연기를 해본 게 전부이긴 한데요.(웃음) 그래도 언젠가는."

- '1박2일'에도 나왔었죠.
"그건 그냥, 조인성 선배님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봐야, 뭐.(웃음)"
- 그런데 외모가 좀 많이 어려보이지 않아서(웃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긴 하겠어요.
"네. 저도 인정해요. 노안이죠.(웃음) 저도 인정하고요. 앞으로도 이 얼굴로 쭉 갔으면 좋겠다하는 게 작은 소망이에요. 노안이셨던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 얼굴 그대로 쭉 가서 나중엔 동안이 될 수 있다고.(웃음)"
- 건강은 괜찮았어요? 힘들었을텐데.
"살이 많이 빠졌다고들 하시더라고요. 배는 계속 나와있어서 전 잘 몰랐어요. 아, 피부가 좀 많이 안좋아졌어요. 힘들다기보다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불면증도 왔었고."
- 이젠 많이 나아진거죠?
"그럼요. 팬분들 너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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