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야구는 의외성이 컸다. 믿었던 20승 투수들이 예상치 못한 동반 붕괴로 경기는 뜻하지 않은 타격 싸움으로 흘렀다. 깜짝 불꽃 난타전이었다.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1차전. 양 팀은 기선제압을 위해 최고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아담 웨인라이트를 예고했다.
커쇼는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 탈삼진 239개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이고, 웨인라이트 역시 20승9패 평균자책점 2.25 탈삼진 179개로 다른 해였다면 충분히 사이영상을 노릴 수 있었다. 20승 투수들의 선발 대결은 누가 봐도 투수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경기는 예상과 정반대로 흘렀다. 야구의 의외성이 드러났다. 1회 1사 후 세인트루이스 랜달 그리척이 커쇼를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제압하자 다저스 타선에서도 3~5회 2점씩 총 6득점을 뽑아내 웨인라이트를 조기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웨인라이트는 4⅓이닝 11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1할대 타율의 포수 A.J. 엘리스가 투런 홈런을 맞는 경기 내내 불안한 투구를 했다. 1회 2사 1·3루, 2회 2사 2·3루 위기를 실점없이 막았지만 3회 첫 타자 야시엘 푸이그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후 바로 다음 타석에서 애드리안 곤살레스가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충돌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웨인라이트는 3~4회 모두 2사 이후 실점하며 그답지 않게 위기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웨인라이트만 흔들린 게 아니었다. 그가 내려간 뒤에는 커쇼가 무너졌다. 6회 맷 카펜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6이닝 2실점으로 막은 커쇼는 7회에만 4연속 안타 포함 5개의 안타를 맞고 스스로 무너졌다. 한 때 6-1로 5점차를 리드하던 다저스였지만 7회에만 8실점하며 순식간에 역전당했다.
커쇼는 6⅔이닝 8피안타(2피홈런) 10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됐다. 커쇼는 지난해 리그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4이닝 10피안타 7실점에 이어 포스트시즌 사상 첫 2경기 연속 7실점 이상을 허용하는 불명예를 썼다.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 하며 단기전에서는 선발투수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에이스라도 포스트시즌은 또 다른 경기이고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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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