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없이 그저 청춘들의 여행 그대로로 봐달라던 tvN '꽃보다 청춘'이 시청자의 가슴을 끝내 먹먹하게 했다. 앞서 '꽃보다' 시리즈에서 드러났던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나는 조언과 깨달음과는 다른,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불안한 미래에 고민하는 진솔한 모습 그 자체에서 솟구치는 감동이었다.
영락없이 광고촬영이라 생각하고 '꽃보다 청춘' 몰래카메라에 빠져든 유연석, 손호준, 바로 3인방은 고민과 걱정도 잠시뿐, 이런 방식으로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에 격한 환호를 내질러 보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단돈 72만원이라는 돈으로 셋이서 라오스 6박 8일 일정을 소화하는 일은, 해맑은 그들에게 의외로 수월했다.
물론 여행 내내 손호준과 바로를 챙기는 '어미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유연석이 기지를 발휘해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을 활용, 제작진의 허점을 찌르며 방비엥 숙소비(6만 2천원)를 절약하긴 했지만, 이 또한 '꽃보다 할배' 이서진의 이름을 대면서 "제작진도 몰카로 우릴 속여 여기로 데려왔다"는 덤덤한 맞대응은, 보는 시청자의 쾌재를 부추겼다.

지난해 크게 흥행해 이들의 운명을 바꿨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각자의 배역의 앞머리를 딴 칠해빙(칠봉이, 해태, 빙그레)으로 자신들을 지칭하며 덥고 습한, 때로는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폭우에도 아랑곳 않고 유쾌한 라오스 여행을 끝마쳤다. 유연석의 영민함은 손호준 고운 심성, 바로의 속 깊음과 뒤섞여 최고의 여행 조합을 이끌어냈다.
라오스 마지막날, 라오스의 과거 수도 루앙프라방에서 진행된 탁발 의식에 진지한 모습으로 참여한 칠해빙의 모습은. 그동안 그들이 기분 좋게 보낸 6박 8일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승려들에 건넨 음식들은, 또 다시 가난한 이들에게 분배되어 함께 나누며 공생하는 모습으로 숙연케 했다. 이는 끊임없이 서로를 다독이며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할 줄 알았던 칠해빙이 왜 '최악의 조건'의 라오스에서, '지상 최대의 낙원'처럼 보낼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인 설명없이 이해시켰다.
투박하게, 그리고 적당한 장소도 없이 드문드문 진행됐던 칠해빙의 인터뷰는 소박했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손호준은 절친 유노윤호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성공을 하고 싶은 이유로 "받은 것을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답해 가슴을 찡하게 했다. 오랜 무명시절로 해외여행 한 번, 클럽 한 번 못가봤다던 그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친구를 위해 성공하겠다는 고백은 사욕을 채우기 바쁜 현대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칠해빙 중 유일한 20대인 바로 역시 목표는 가족의 행복이었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지 않고 가족들이 함께 살 집을 사는 것이라 자신의 인생 목표를 조심히 드러낸 바로의 모습은 진지했다. 그러기 위해서 면허, 차, 개인 공간 등의 욕심은 잠시 넣어둬도 괜찮다는 그의 발언은 B1A4로 무대에서 공연하고, 늘 들떠 있던 평소의 모습과 달리 너무도 진중했다.

유연석도 앞선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께 생애 첫 용돈을 드리고, 신용카드도 드렸다던 이 착한 아들은 어머니가 5천원짜리 식사에서 7천원짜리 식사를 했다는 고백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져 시청자를 찡하게 만들었다. 긴 무명 시절에도 반듯하고 바른 심성으로 온몸을 휘감은 그가 그저 대견하게 보이게 만든 순간이었다.
할배, 누나, 그리고 '삼촌'들의 청춘 편이 단순히 여행 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들이 일궈냈던 인생의 뜨끈한 뭔가를 여행 중에 끄집어내 돌아보고, 눈물을 찡하게 만들었다면 '꽃청춘'은 이들과는 또 다른 분명한 감동을 전했다.
이서진이나 이승기 같이 여행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충실한 '짐꾼'은 부재였지만, 적은 돈으로 함께 부대끼고 투닥이며 여행을 하는 진짜 '청춘'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 분명 더 생생하게 전해졌다. 제작진의 개입도, 특별한 제안들도 모두 증발하자, 거기엔 유연석, 손호준, 바로가 즐기고 있는 라오스 여행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카메라에 비쳐진 그들의 모습은 방송이 아닌 그저 내 곁에서 함께 여행하는 친구의 느낌 그 자체였고, 우리네와 함께 하루하루를 고민하는 진짜 '청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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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