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확실히 커졌다". 롯데 간판타자 손아섭(26)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세를 잔여 시즌에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재개 후 3경기에서 10타수 5안타 타율 5할 1홈런 4타점 7볼넷으로 무서운 집중력을 자랑 중이다. 올 시즌 155경기 전체 성적도 타율 3할6푼 163안타 15홈런 72타점 100득점 78볼넷. 타율·득점·볼넷에 출루율(.457) 장타율(.523) OPS(.980) 모두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타율 5위와 출루율 3위로 타이틀 경쟁도 불을 지폈다. 롯데의 4강이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손아섭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 어느덧 3할6푼의 타율로 타격왕 경쟁이 가능해졌다. ▲ 아니다. 아직은 타격왕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작년에 욕심을 많이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팀은 아직 4강을 포기하지 않았다. 타격왕 욕심보다 팀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내게도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타격감이 식지 않고 있다. ▲ 아시안게임 때나 지금이나 사실 타격감이 좋지는 않다.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를 하다 보니 집중력이 좋은 것 같다. 타격 밸런스만 조금 더 올라오면 팀이 4강을 가는데 조금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듯하다. - 올해 전체적으로 볼넷을 많이 얻어내고 있는데 이유는 뭔가. ▲ 풀타임 연차와 경험이 쌓였다. 투수와 상대하는 방법과 수싸움이 이제는 조금 되는 듯하다. 예전에는 무작정 치기만 했다면 지금은 경기 흐름에 따라 공을 봐야 할 때는 본다. 경기 보는 눈이 조금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 스코어가 벌어져도 끈질기게 커트해서 볼넷을 골라내는 게 인상적이다. ▲ 점수차가 벌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밸런스가 한순간에 흐트러질 수 있다. 다음 경기가 또 있기 때문에 한 타석도 쉽게 보내면 안 된다. - 다른 선수들은 휴식 차원에서 중간에 빠지는데 계속 경기 끝까지 뛰고 있다. ▲ 감독님은 마지막 타석 때 일부러 공격을 더하라고 이야기하셨다. 나 역시 스코어나 이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경기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많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웬만하면 못 뛸 정도로 아프지 않다면 모든 경기와 이닝에 나가고픈 욕심이 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 자부심이 있고,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왔다. 점수차가 나면 체력 안배 차원에서 빠질 수 있지만 나는 끝까지 팬들이 지켜보는 만큼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왼쪽 어깨 통증이 있는데 지금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 통증이 있다. 많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팔 각도가 정상적으로 안 나온다. 올해 도루를 안 하는 것도 어깨 통증 때문이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지금보다 더욱 심해지면 정말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재활로 버텨볼 생각이다. - 올해 개인 최다 타이 15홈런인데 장타력 상승 이유는 뭔가.

▲ 의식적으로 장타를 치려는 생각은 없다. 매년 이야기한 부분이지만 난 홈런 타자가 아니다. 의식적으로 장타를 노리지 않지만 올해 홈런이 작년보다 늘어난 이유가 있다. 작년보다 좋은 타격 밸런스의 기간이 조금 더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타구들이 나온다. 얼마나 내 타격 밸런스를 오래 끌고 가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는데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드는가. ▲ 심장이 확실히 커지는 것 같다. 그건 확실하다. 사실 뭐 한 단계 발전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대표팀에 가면 좋은 선배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배우는 건 있지만 그런 것보다 경기에서의 마음가짐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듯하다. 말 그대로 심장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 큰 경기를 하고 나니까 웬만한 상황에서는 위축이 안 된다. - 은퇴할 때까지 국가대표를 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 당연히 뽑아주시면 하는 것이다. 내 실력이 돼 당당하게 뽑아주신다면 (나중에라도) 나이를 떠나서 가고 싶다. - 작년에도 타격왕 경쟁을 했지만 올해는 막판에 올라오는 추세다. ▲ 작년이랑 달라진 게 있다. 작년에는 타격왕 의식을 많이 했다. 마지막 1경기 전까지 1위였기 때문에 정말 욕심이 컸다. 그런데 사람이 욕심을 내니까 밸런스가 무너지더라. 올해는 5~6위로 처져있어 마음이 조금 편한 건 있다. 타격왕을 의식하기보다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히 여긴다. 시즌이 끝났을 때 타격왕이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을 듯하다. - 타율뿐만 아니라 출루율도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 올해는 볼넷이 많아졌다. 안타 개수는 작년보다 적은데도 불구하고 타율이 많이 올랐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며 출루율이 엄청나게 향상된 게 가장 만족스럽다. 출루율·장타율·OPS 등 타점과 도루 개수를 빼면 모두 프로에 와서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100득점도 처음으로 했다. 이 역시 출루를 많이 한 덕분이다. 전체적으로 선구안이 향상된 부분에 만족한다. - 타율·출루율 최종 경쟁자는 김태균이 되지 않을까. ▲ 모르겠다. 작년에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고 의식하다 보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출루율 차이는 1위와 크지 않다. 타율이 올라가면 출루율도 따라 올라간다. 삼진보다 볼넷이 많은 시즌도 올해가 처음이라 의미가 있겠다. 스스로 크게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개인 성적을 보니 좋더라. 기록을 찾아 보고 의아할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 타이틀은 가지려고 하면 더 멀어지더라. 그런 것을 느껴봤기 때문에 개인 타이틀보다 팀 성적을 신경 쓰겠다. 팀을 위해 하다 보면 개인 기록은 알아서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