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도 사람이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26)가 믿기지 않는 부진으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커쇼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세인트루이스와 1차전에 선발등판 6⅔이닝 8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10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졌다.
커쇼는 지난해 리그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에 4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진 데 이어 사상 첫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7실점 이상 투구로 불명예를 썼다. 다저스도 6회까지 6-1로 리드햇지만 커쇼가 무너지며 9-10 역전패를 당했다. 홈에서 커쇼를 내고도 패한 경기라 두배의 충격이 있다.

커쇼의 부진을 보는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생각은 어떠할까. 이날 경기 후 마르티네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커쇼 부진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그는 "커쇼는 로케이션이 흔들렸다. 그것은 피로의 신호고, 세인트루이스는 그 이점을 활용한 것"이라며 한 해 동안 쌓인 커쇼의 피로 누적을 지적했다.
마르티네스는 "커쇼는 여전히 많이 던졌다. 지난해 커쇼가 던지기 어려울 때에도 돈 매팅리와 투수코치가 그를 바라보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며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 이어 이날까지 벤치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6-4로 쫓기자 매팅리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커쇼를 믿고 내려갔다. 이후 맷 카펜터의 우중간 3타점 2루타가 나오며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됐다.
커쇼는 근육통으로 시즌 초반 5주를 쉬었음에도 199⅔이닝으로 200이닝 가까이 던졌다. 9월 마지막 5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95로 위력을 떨쳤지만 이 기간에도 무려 37이닝을 소화하며 힘을 빼야 했다.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8일을 쉬고 마운드에 올라왔다고 해도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커쇼는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도 10경기(7선발) 1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5.20에 그치고 있다. 구원등판을 제외한 선발로만 한정해도 7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5.05으로 이름값에 한참을 밑돈다. 정규시즌에 많이 던지면 피로가 쌓이고, 포스트시즌에 그 여파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같은 대투수로서 마르티네스의 지적이다.
마르티네스도 정규시즌 통산 476경기(409선발) 219승100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16경기(14선발) 6승4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성적이 다소 떨어졌다. 커쇼 이전 당대 최고 좌완이었던 랜디 존슨 역시 정규시즌에는 618경기(603선발) 303승166패 평균자책점 3.29로 활약했지만 포스트시즌에는 19경기(16선발) 7승9패 평균자책점 3.50으로 성적이 하락세를 보였다. 정규시즌 피로 누적과 함께 세밀하게 분석해오는 단기전 특성상 에이스는 포스트시즌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마르티네스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커쇼도 사람이다"며 그의 부진을 그리 심각하게 바라보지는 않았다.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교체 타이밍만 이뤄진다면 커쇼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였다. 가을야구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커쇼가 다음 등판에서 최고 에이스의 명예를 회복할지 궁금하다.
waw@osen.co.kr

로스앤젤레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